모태펀드·세제지원 확대 이뤄져야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 확보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나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하는 국정 기조가 이를 잘 대변한다. 창조경제는 한마디로 기술과 창의성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단순한 첨단 기술의 개발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또는 서비스가 사업화되고 창업이 활성화돼 이를 통해 경제가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고용 창출이 이뤄지는 경제다. 시장에서 이런 역할은 누가 담당할까? 바로 벤처기업이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기술 또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조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창업 초기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사업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은 불확실성은 높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회사다.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벤처캐피털도 높은 투자 위험성 때문에 민간부문에서 충분한 투자금을 모으는 게 만만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벤처캐피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의 요즈마(Yozma) 펀드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이 자국 벤처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와 첨단 기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1993년 1000만달러 규모로 결성됐다. 이후 총 8000만달러가 10개 벤처캐피털 펀드에 출자됐다. 요즈마 펀드 도입 이전 이스라엘은 벤처캐피털이 전무한 상태였으나, 도입 이후 벤처캐피털이 급증했다. 이는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를 확대해 이스라엘 창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규모는 0.6%에 달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벤처 강국으로 거듭났다.
요즈마 펀드의 성공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자금 공급을 직접적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라, 정책자금으로 모태펀드(fund of funds)를 결성하고 이를 통해 지원했다는 것이다. 민간 자금에 대한 ‘매칭 출자’를 통해 펀드를 최종적으로 결성하고, 벤처캐피털이 펀드 운용을 전담하도록 만든 게 주효했다. 이런 방식은 현재 벤처산업과 벤처캐피털 시장을 육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시장 친화적으로 알려진 민관합동 방식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2005년부터 요즈마 펀드와 유사한 매칭출자 방식으로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은 모태펀드를 운용한 이후 비교적 빠른 발전을 거듭해 왔다.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규모는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밖에 엔젤투자매칭펀드 운용을 통해 엔젤투자 활성화 및 창업 기반구축에도 기여했다. 투자회수된 재원은 벤처펀드 조성에 재출자하면서 벤처캐피털 시장에 안정적인 재원 공급체계를 마련한 상태다. 모태펀드는 한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의 확대’와 ‘엔젤투자 활성화’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국내 벤처투자 규모의 확대를 이끌었고, 고용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했다.
그러나 한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GDP 대비 0.1% 수준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벤처투자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벤처투자펀드에 대한 연기금의 출자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 또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려 엔젤투자자 층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추격형 경제가 아닌 선도형 경제로 경제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선도형 경제는 창의성과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창조경제에서만 가능하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해 벤처투자 시장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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