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 MBC 사장을 해임키로 한 것은 대주주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한 김 사장이 자초한 성격이 짙다. 취임 이후 숱한 의혹과 논란, 갈등을 초래한 김 사장은 지난 22일 방문진의 MBC 관리지침을 어기고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 20여명을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했다. 이것이 해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최초로 MBC 사장이 해임됨으로써 사내 갈등 봉합과 경쟁력 강화 등 MBC의 사태수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공조로 해임안 가결
김 사장에 대한 방문진의 해임안 상정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방문진 이사는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며 과반 표를 얻으면 가결된다. 26일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김 사장이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기만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측 최강욱 이사는 “오늘 의결 과정에서 이사회가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진행하자고 얘기했다”며 “표결 이후에도 (이사진 간) 감정적인 발언이나 불만을 토로하는 식의 언행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이사회에 출석해 “관리지침 절차 위배를 인정한다”고 사과했지만 해임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
김 사장은 재임 기간 내내 각종 논란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취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낙하산 논란’을 초래했다. 지난해에는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인사권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으로 두 차례 파업을 치렀다. 또 방문진 업무보고에 출석하지 않고 이사회와 협의 없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를 추진하는 등의 행태로 이사진의 불만을 샀다.
○MBC의 앞날은
김 사장이 해임되면서 MBC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MBC 경쟁력 강화와 사내 갈등 봉합이다. 김 사장 취임 이후 MBC는 노사 갈등이 심화했고, 회사 경쟁력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70일간의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MBC 평균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1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극심한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측은 작년 파업 기간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노조를 상대로 19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노조는 지난해 3월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파업 참여자와 비참여자 간 갈등도 남아 있다.
김재철 사장을 ‘악의 축’으로 꼽아온 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김 사장의 해임이 MBC 정상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도 김 사자의 해임을 공영방송 MBC의 정치적 중립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권도 원칙론에는 찬성하지만 실제로 후임 사장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방문진 후속 조치 본격화
방문진은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공모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통상 방문진은 7~10일 동안 지원자를 공모한 후 지원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 등 서류심사를 거쳐 3배수 정도로 후보를 압축한다. 이후 후보 면접심사를 벌인 뒤 이사회 투표로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면 MBC 주총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확정해 왔다.
MBC 안팎에서 사장 후임으로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김재철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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