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영업과의 동반성장이라는 숙제

입력 2013-03-26 17:20   수정 2013-03-26 23:20

전국 식당 44만·노래방 3만여개…자영업 무너지면 금융도 위험해져
영업하면서 빚 갚는 선순환 필요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자영업자, 소상공인. 어떻게 부르든지 이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회사 근처 음식점이나 치킨집 사장님이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이 스쳐가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550여만명이나 되는 이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상당하다.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경기부진의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해 많은 공감을 얻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만일 이 말 그대로 직장인 모두가 정시에 퇴근한 후 집으로 직행, 저녁식사를 한다면 어찌될까. 모두 행복해질까. 확실한 것은 모두는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 주변의 음식점 호프집 노래방들이 파리를 날리다가 문을 닫을 것이고 이들이 빚을 못 갚으면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고 실물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수도 있다.

감히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하는 것은 지금 자영업의 모습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내에서 지금 44만여개의 식당, 3만5000여개의 노래방, 그리고 3만여개의 치킨집들이 영업 중이다. 이들의 영업이 잘돼야 경제가 버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만일 이들이 힘들어지면 그로 인해 생기는 부채문제의 파장이 엄청나다. 자영업자 부채는 가계대출항목으로 약 170조원 정도, 중소기업 대출 항목으로 약 180조원 정도, 두 가지 합쳐 대략 35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출이 집행돼 있다. 자영업이 한꺼번에 잘못되면 우리 경제는 즉시 주저앉는다. 이런 경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을 못 먹는 삶’이 될 수도 있다.

뾰족한 방법이 있나. 그런 건 없다. 서서히 점진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우선적으로 자영업에의 신규진입을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 진입 속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 동시에 현재 이미 진입해 있는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잘 하면서 버틸 수 있도록 하되 시간을 가지고 부채를 줄이면서 적절한 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 모두 조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주위를 보면 자신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만 출입하고 재래시장은 언제 가보았는지 기억도 못하면서 말로만 양극화를 비판하고 경제구조를 탓하는 경우를 본다.(양극화가 본인 때문에 생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좀 해야 한다) 점심시간 길거리를 지나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는 것이 귀찮아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을 외면하는 경우도 본다.(전단지 1000장을 소화하면 대략 3만원 받으니까 한 장에 30원을 받는 기회가 아주머니에게 생긴다) 그러고 보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도 중요하지만 ‘자영업과의 동반성장’도 중요하다.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에서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고 온기가 아랫목으로 전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과장이 섞인 지적을 해보자. 특히 금융분야 종사자를 포함, 많은 근로자들이 자영업을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회사 주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는 1만여개에 달하는 커피전문점을 위해 반드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도록 해야 한다. 일과 후에는 1주일에 한두 번 회사 주변에서 단체 ‘회식’을 하고 회식 후에는 반드시 노래방이나 치킨집에서 마무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귀가 땐 가끔이라도 꼭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고 주말에는 되도록 한 번 이상 집 주변에서 ‘외식’을 함으로써 주중에는 회사 주변, 주말에는 집 주변의 식당을 책임져야 한다.

단 이에 대해 ‘자영업과의 동반성장’ 차원에서 회사들은 ‘외식’과 ‘회식’ 및 ‘택시이용 교통비’ 등에 대해 임금과는 별도로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만을 고집하는 분들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재래시장을 방문하도록 하며 회사는 온누리상품권 등을 다양하게 제공,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유도해야 한다.

‘자영업과의 동반성장’이야말로 ‘창조경제’와 함께 우리가 풀어가야 할 또 하나의 거대한 숙제다. 이를 위해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다같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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