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해외도피 엄단…관세청도 나섰다

입력 2013-03-27 16:45   수정 2013-03-28 04:04

연 47조 관세분야 지하경제 양성화

카드 해외사용 내역도 실시간으로 체크



국세청에 이어 관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관세청은 공항·항만 등 대외거래 통로를 이용한 불법자금 등 세관 관련 지하경제 규모만 한 해 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관세청은 27일 서울 논현동 서울세관에서 김철수 차장을 단장으로 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발대식을 열고 불법 외환거래와 해외 재산도피 등을 적극 척결하기로 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새 정부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정부의 재정 수요를 책임지는 세수기관으로서 관세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올해 세관업무 관련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인력 두 배로

관세청은 환치기,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3조1000억원 규모였던 불법 외환거래가 2년 만에 30%가량 늘어난 것이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기업심사·외환조사·범칙조사 등 조사 인력을 기존 223명(38개팀)에서 올해 431명(73개팀)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4500여명인 관세청 직원 중 10%에 해당되며 관세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다.

관세청은 특히 5대 중점 관세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이들에 단속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국내 지사의 조세회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기로 했다. 관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국내 지사 수는 5000여개에 달한다. 재산도피나 자금세탁 등 불법외환거래, 귀금속 등 밀수 거래, 원산지 표시도 중점 관세조사 대상이다. 이 밖에 수출입 과정에서 부가세 등을 과다하게 환급받는 업체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세청·FIU와 공조 강화

관세청은 금융위원회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가 보유하고 있는 고액현금거래(CTR)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확대되면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과 적극 공조해 수시로 CTR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해외사용 내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올해 관세청이 중점 추진하는 관세 인프라 구축 방안 중 하나다. 지금은 1년에 두 차례만 신용카드 해외 사용 내역이 관세청에 통보되고 있어 고액 물품을 구매해 국내로 들여와도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세청은 또 현행 2년인 불성실납세자에 대한 세원관리기간(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관세를 탈루한 경우 최대 5년까지 추적해 추징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원유에 대해선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수출이행기간을 2년에서 3~4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백 청장은 발대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선 관세청과 국세청이 자료를 서로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해외 기업에 주는 로열티나 해외 지사와의 이전가격 문제 등도 양 기관이 공동 조사를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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