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빚을 갚아준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니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지원기준이 높고낮은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지금은 지원대상을 1억원 이하 대출에 6개월 이상 연체자로 제한한 것에 반발이 있다고 하지만, 기준을 아무리 낮추더라도 미달하는 사람은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행복기금에서 최대 50%(기초생활수급자는 70%)로 돼 있는 부채 감면율을 더 높이고 이자를 더 많이 깎아줘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할수록 불만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행복기금 수혜대상자는 32만명으로 당초 공약에서 제시했던 320만명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게 금융위의 추산이다. 지원을 못 받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대선과정에서 정부가 대출금을 탕감해주겠다는 공약이 나왔던 때부터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가 확산돼 왔던 터다. 미소금융을 이용하는 서민일수록 더욱 그렇다. 게다가 금융회사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대출까지 급증했다.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행복기금이 오히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빡빡한 소득 내에서 어떻게든 빚을 안 쓰고 아등바등 성실하게 사는 국민일수록, 빚을 성실하게 갚고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일수록 좌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들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자, 선거를 앞두고 시작한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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