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따분해…'잡 크래프팅' 이 필요하군요

입력 2013-03-28 15:30  

SERI.org - 임명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mylolim@samsung.com>

관심분야 넓히고 고객과 관계 재구축
자기 일에 긍정적 의미 부여하고 역량과 난이도 맞다면 '몰입' 최적



얼마 전 직장인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보수를 받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4%를 차지했다. ‘자아실현’이나 ‘소명의식’ 같은 말은 먼 나라 얘기고, 일은 단지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사실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직장인 99.9%가 자신이 꿈꾸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일을 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고, 요즘 같은 저성장시대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턱대고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업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잡 크래프팅은 주어진 일을 스스로 변화시켜 보다 의미 있게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잡 크래프팅은 직원 개인이 스스로 능동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관리자가 주도하는 ‘직무설계(job design)’와는 다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일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기업의 성과는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잡 크래프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선 자기 업무의 난이도와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피터 드러커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역량과 업무의 난이도가 조화를 이루면 몰입도가 향상된다”고 말했다. 일이 너무 간단하면 따분해지고, 반대로 난이도가 높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개 직장인이 업무 수준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업무와 관련한 새로운 관심 분야에 꾸준히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영업을 위해 고객 이벤트를 자주 열던 한 영업 담당자가 자신이 행사 운영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회사는 그에게 이벤트 기획업무를 맡긴 사례가 있다.

잡 크래프팅의 두 번째 방법은 고객과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통 헤어 디자이너는 고객의 머리 손질이 역할의 전부라고 여긴다. 반면 어떤 헤어 디자이너는 머리 손질 중 고객과 친근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재방문을 이끌어내는 마케터로 변신하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목표를 더 크고 넓게 재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소부가 ‘난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실제로 미국 디즈니랜드의 청소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퍼레이드 연출을 위한 무대 만들기’라고 정의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만족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달리 생각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직무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아 온 인류가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이 세상에 성공적인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은 없다. 단지 성공적인 직업인과 그렇지 못한 직업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문제는 그 일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다.

임명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mylol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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