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위기론 다시 '고개'

입력 2013-03-28 17:05   수정 2013-03-29 03:25

연정 결렬…6월 재선거 유력
은행주 폭락…금융시장 출렁



지난 2월 총선거 이후 한 달여 끌어온 이탈리아의 새 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의 ‘오성운동’은 27일(현지시간) 1위인 민주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도 오성운동과 협상을 한 뒤 “지금 상황에서는 정신 나간 사람이나 연합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당과 오성운동이 연정을 이룰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유국민당과 민주당도 총선 직후 연정을 구성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베르사니 대표는 총선에서 4위를 차지한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중도연합’과 함께 소수정부를 구성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몬티 전 총리마저 “하루라도 빨리 짐을 내려놓고 싶다”며 연정 구성에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총선 1~4위 당이 서로 뿔뿔이 흩어진 셈이다.

연정 구성이 실패하면 이탈리아는 오는 6월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해 4분기 -2.8%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4개월간의 국정 공백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최근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키프로스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은행 구조조정 때 공적자금을 쓰지 않고 선순위 채권자와 예금자에게 손실 부담을 물릴 수 있다”고 말한 뒤 이탈리아 은행주가 급락하고 있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몬테(BMPS)의 주가는 이날 4.29%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이탈리아 은행에 주가 하락, 국채금리 상승,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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