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개 이상의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 출현할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도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예측이다. 이게 맞는다면 올해가 지각변동의 시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OS)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이젠, 파이어폭스, 우분투 등이 그것이다. 지금 모바일 OS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독과점 시장 구조에 변화가 일어날지 두고 봐야겠지만 예측의 앞부분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제3 OS, 기회가 왔다"
새로운 모바일 OS 중에서 특히 이목이 쏠리는 건 타이젠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확산에 일등공신인 삼성전자가 강하게 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인텔을 주축으로 국내외 통신사, 제조사들이 참여한 일종의 ‘탈(脫)구글’ ‘탈애플’ 연합군이다. 타이젠은 과연 ‘제3 OS’로 등극할 것인가.
당장은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취지는 좋지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밑바탕에는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전자가 무슨 OS를 하겠냐는 회의론과 구글·애플이 구축해놓은 생태계가 이미 견고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4~5개 OS가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시장이건 독과점이 굳어지는 순간 그 폐해를 경험하는 건 시간문제다. 애플, 구글에 대한 피로도가 그만큼 누적됐다는 방증이고, 통신사도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다. 이는 다른 나라, 심지어 미국의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OS 기술이 더 이상 비밀인 것도 아니고, 리눅스는 점점 늙어가고 있으며, 국내 소프트웨어 내공도 어느 정도 쌓인 지금이야말로 도전에 나설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 ‘바다’를 들고 나왔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구글에 대한 다목적 카드용을 넘어 OS 경쟁 의지가 느껴진다. 사실 타이젠도 노키아가 몰락하자 삼성전자가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삼성으로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포스트-스마트폰’까지 생각할 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OS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삼성전자가 타이젠의 세(勢)를 불리기 위해 ‘개방성’ ‘유연성’을 얼마나 발휘할지가 앞으로의 변수다.
만약 타이젠이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 그 파급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도, 애플도 압박을 받을 건 분명하다. 시장이 또 한번 요동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도 당장 앱 개발이나 수익 배분 등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OS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플랫폼 도전은 그 자체가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래창조과학부 첫 작품?
그런데 논의가 여기에 이르면 꼭 맞닥뜨리는 게 있다. 바로 정부다. 벌써부터 미래창조과학부는 ‘타이젠의 글로벌화’를 첫 성과 작품으로 삼을 거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행여 그럴 생각일랑 빨리 접으라고 권하고 싶다. 10년 전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항할 한·중·일 공동 OS에 참여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통상마찰 등 논란만 불러왔을 뿐이다. 바로 직전 이명박 정부도 애플·구글에 대항해 토종 OS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웃음거리만 됐다. 괜히 정부가 뒤를 봐주는 양하다간 타이젠의 글로벌 확장성은 그날로 끝이다. 정부가 나설 때와 안 나설 때를 구분 못하는 소프트웨어 정책은 늘 실패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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