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424쪽 / 1만8000원
본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숭례문, 광화문을 스쳐가면서도 누군가가 “광화문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한다면 “지나가면서 많이 보긴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게 된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는 조선의 수도 한양의 경계를 이루던 사대문의 안쪽에 대한 책이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5년간 발품을 팔며 그린 스케치가 빼곡하게 담겼다. 스케치만으로 한 권의 책을 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서울에는 도처에 수많은 표지석이 산재해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지만 일단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이렇게 표지석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눈에 밟힌다. 존재감의 기록, 알리고는 싶은데 복원할 돈도, 노력도 부족해 결국 간단하게 남겨둔 것이 표지석이다. 문제는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표지석이 기준 없이 중구난방으로 포진해 있다는 것. 서울은 거대한 존재감의 무덤이랄까.”
저자는 “서울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스케치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스케치 노트와 대상물을 수없이 번갈아 보고 선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사물과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수많은 스케치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저자는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 숭례문, 환구단, 서울성곽 등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보고 느낀 것을 스케치와 글로 풀어낸다. 경복궁 근정전이나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등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이지만 저자는 아주 작은 구석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경복궁 근정전의 전경은 물론 지붕 위의 잡상, 근정전을 호위하는 돌짐승도 하나하나 그려냈다. 하월대 남쪽 모서리의 해치 부부상에 젖먹이 해치도 함께 있다는 사실은 웬만큼 관찰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디테일’이다.
“그런 게 거기 있었어”라는 반응을 보일 법한 장소와 사물에 대해서도 돋보기를 들이댄다. 3.3㎡의 땅이 2억원을 넘는 명동 한쪽에 1997년 소매치기단과 맞서다 운명을 달리한 고(故) 이근석 씨의 추모비가 세워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중 하나인 우정총국에서 우편 업무를 봤던 기간이 채 20일을 넘지 못했다는 것도 말이다.
마냥 옛 서울에 대한 감상만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세종로 횡단보도나 광화문광장, 서울시 신청사,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비, 청계광장에 세워진 다슬기 모양의 ‘스프링’ 같은 조형물 등 서울을 새롭게 채워가는 것에 대해 다루면서 앞으로의 서울에 대한 기대감도 열어둔다. 2년 전에 나온 책의 개정증보판으로, 판형을 키우고 서울시 신청사, 환구단, 서울성곽 등을 추가했다.
저자는 “서울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풀어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숙제처럼 남아 있기에 내게 서울은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라며 후속편 출간을 예고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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