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정치쇄신특위 만든다고?

입력 2013-03-28 17:19   수정 2013-03-28 22:25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지난 27일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 해단식 겸 저녁모임 자리였다. 안 전 위원장이 지난해 세간의 시선에서 사라진 지 100여일 만이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투표일(12월19일)을 하루 앞두고 여의도 새누리당사 사무실에 있던 짐을 꾸려 돌연 자취를 감췄다. “정치쇄신하러 왔지 정치하러 온 게 아니다. 할 일이 끝났으니 떠나겠다”고 했었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검찰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안 전 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정치권에서 상당한 화제였다. 여야는 안 전 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을 들였다. 안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에 합류하자마자 당 대선기구인 정치쇄신특위를 이끌며 각종 쇄신공약을 쏟아냈다. 대통령 산하 국정쇄신정책회의 설치,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이 발표됐다. 쇄신 내용 측면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특위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새누리당은 쇄신 이미지를 선점했다.

새 정부 출범은 정치쇄신에 가속도를 붙일 호기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선이 끝난 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쇄신에 대한 의지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쪽에서는 입으로만 정치쇄신 구호를 외치고, 또 한쪽에선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 등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 처리가 무산된 게 대표적인 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도 무산됐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단국대 이전 사업과 관련해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김종률 전 의원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지역위원장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초 정치쇄신특위를 공식 출범시키고 외부 인사를 데려왔다. 민주당 역시 정치쇄신의 실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정치쇄신특위를 또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자기 당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정치쇄신은 헛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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