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당 확 줄어든다…재벌 계열 보험사 '타격'

입력 2013-03-31 09:40  

상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주주 배당액이 확 줄어든다.

이에 상장사들은 배당 축소를 가져올 개정 상법의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법 개정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재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보험사들에 "FY 2013(2013 회계연도)부터 배당 가능 이익과 배당 규모가 현저히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배당정책을 수립할 때 중장기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올해부터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상법 제462조와 법 시행령 제19조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과거와 달리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을 상계하지 못한다.

미실현이익·손실이란 회사가 보유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 이익 또는 손실로 잡힌 것을 말한다. 아직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미실현'이라고 표현한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개정 상법·시행령은 올해 배당부터 모든 회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특히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보험사와 카드사 등이 큰 영향을 받는다.

가령 한 회사가 1년간 보유 주식 가격 상승으로 미실현이익 5000억원과, 환율 하락으로 외화파생상품에서 미실현손실 3000억원을 냈다면 연말 배당 가능 재원을 계산할 때 5000억원을 빼야 한다.

과거에는 이익(5000억원)과 손실(3000억원)을 상계한 2000억원만 배당 가능 재원에서 빠졌지만, 법·시행령 개정으로 손익을 상계하지 못하게 돼 배당 가능 재원이 3000억원 더 줄어들게 된다.

금감원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수천원에 매입해 현재 150만원 넘는 가격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1062만주(지분율 7.21%)를 보유중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깰 수 없는 삼성생명은 이 주식을 팔지 못한다. 대신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발생한 미실현이익을 손실과 상계해 배당가능 재원이 더 많이 확보해 왔고, 그동안 이를 최대주주(지분율 20.76%)인 이건희 회장 등에게 배당해 왔다.

개정 상법으로 인해 배당이 줄어들 여지가 커지면서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시행령 개정에 대해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흥국생명(태광그룹 계열), 한화생명(한화그룹 계열) 등 재벌 계열 보험사를 비롯해 파생상품을 많게는 수조원씩 거래하는 주요 시중은행,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 대형 건설사 등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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