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는 지난 26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2011년부터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던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의원의 80% 이상이 폐지 의견에 찬성했다. 안재원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총학 산하에 성평등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 주요대학 가운데 총여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은 경희대, 연세대, 한양대, 홍익대 정도다. 이들 대학도 여총학생회의 존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지난 2007년 이 학교 명예교수 서모씨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내려지자 학내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여총 폐지론‘이 불붙은 바 있다. 한양대는 지난 22일 ‘밀담’ 선본이 21대 총여학생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생리대 무상비치’ 공약을 놓고 학내에서 반발 여론이 형성돼 ‘여총 필요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총학생회가 규정상 존재하지만 이미 유명무실화 된 대학도 많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2002년 이후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 고우석 총학생회장은 “총학 차원에서도 지금의 총여학생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총여학생회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성균관대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표 정족수 미달로 총여학생회장 선출이 무산됐다.
서강대·서울대·고려대·한국외대 등은 총여학생회가 없어지고 총학생회 산하 여성위원회를 두거나 학내 여성주의 모임에서 학내 여성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려대는 이미 80년대부터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고 총학생회 산하에 여학생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를 두고 있다. 서울대는 학내 상담소나 단과대별 여성모임이 사라진 총여학생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운동의 힘이 떨어지면서 총여학생회도 자연스레 구성하기 어려워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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