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절도 피의자가 경찰 조사 도중 감시 소홀을 틈타 도망가는 일이 벌어지고, 경찰대를 갓 졸업한 경찰관이 술에 취해 다른 경찰의 멱살을 잡고 난동을 피우는 등 경찰의 기강이 풀어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가 강조한 민생 치안 대책이 일선 경찰들에겐 ‘말뿐인 구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휴대폰 등을 훔친 혐의(절도)로 조사를 받던 이모군(17)이 30일 오후 4시께 담당 형사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도주했다. 지적 장애인인 이군은 당시 수갑을 찬 상태였으며, 이군이 경찰서 밖을 빠져나가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은 최근 지하철 안에서 수차례 승객의 휴대폰과 휴대폰 케이스를 훔친 혐의로 지난 29일 밤 11시40분께 홍대 앞에서 검거돼 마포경찰서로 인계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이군의 도주 사실을 뒤늦게 알고 400여명을 투입, 서울 신촌 일대를 중심으로 달아난 이군을 쫓고 있으나 붙잡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경찰서 담벼락을 넘어 도주한 노영대(33) 사건이 발생한지 3달만이다.
경찰 총수가 교체된 지 하루만인 지난 30일에는 경찰대 출신 초급 간부가 순경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경찰대 졸업 이후 경찰교육원에서 교율을 받고 있는 김모 경위(22)는 술에 취해 언쟁을 벌이던 경찰대 후배를 폭행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경의 멱살을 흔들어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경위는 순경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으려 하자 수첩을 빼앗으며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행방을 감춘 경찰관 3명을 잠적 2개월만에 파면 조치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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