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정부의 경제전망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현 부총리는 31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정부가 상황을 잘 파악해서 전망했더라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정책이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전망하는 사람이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지만 실제 2.0%로 저조해 법인세와 소득세수가 줄고, 올해 성장률도 2.0%대 초반에 머물러 부가가치세수 여건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대로 세출을 추진할 수 없어 미국처럼 정부 지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세입 측면에서 예상보다 12조원 정도 차질이 생기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 정부 지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재정절벽’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 부총리는 추경 규모와 관련, “민간이 별로 느끼지 못하는 추경은 큰 의미가 없다”며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줄 수 있는 규모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경우 예상되는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로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면 추경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며 “재정적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 부총리의 비판에 대해 “지금은 새 정부에 힘을 몰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제난국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국정기획수석과 고용노동부·재정부 장관을 지냈으며 최근 성균관대 행정학 교수로 강단에 복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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