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이 무서운 이유
동해안 지역은 봄이 되면 ‘산불 공포’에 시달린다.
지난달 초 16시간 산불이 계속돼 산림 359㏊를 숯더미로 만든 경북 포항산불을 비롯해 2005년 양양산불(32시간, 974㏊), 2000년 동해안 산불(191시간, 2만3794㏊), 1996년 고성 산불(54시간, 3762㏊) 등 재난성 대형산불이 모두 동해안에서 일어났다. 최근 20년간 대형산불 건수의 68%, 면적의 93%가 동해안에서 발생한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동해안지방에 산불이 크게 번지는 이유는 ‘양간지풍(襄杆之風)’과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이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건조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하고 강한 바람으로 변해 산불이 나면 대형산불로 번질 위험이 매우 커진다. 특히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는 데다 속도도 빠르다. 2005년 낙산사를 태운 산불이 났을 때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2m,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는 초속 27m까지 관측됐을 정도다. 밤에 산불이 나면 산림이 울창한 동쪽으로 번져나가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동해안 지역은 지형이 험준하고 경사가 급해 산불 확산이 평지보다 8배 이상 빠른 것도 대형산불로 번지는 이유다. 동해안 산림 대부분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대나무 숲 등으로 구성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강릉=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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