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당 축소 '주의보'…배당액 산정 때 미실현이익 포함 못해

입력 2013-03-31 17:02   수정 2013-03-31 23:12

개정상법 올해부터 적용


올해부터 상법 개정으로 모든 기업들의 배당 재원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 대형 조선사는 물론 배당성향이 높았던 중소 상장회사 등은 배당 가능액이 감소해 이익배당을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법(462조) 및 시행령(19조)이 개정돼 올해부터 모든 기업은 이익배당 한도액을 계산할 때 과거와 달리 미실현이익을 빼고 산정해야 한다. 미실현이익은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의 가격이 올라 발생한 일종의 평가이익으로, 대차대조표의 자기자본(순자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개정 상법과 시행령은 미실현이익을 미실현손실과 상계하지 못하도록 해 이익배당 한도액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보유주식을 통해 5000억원의 미실현이익을 내고 파생상품 부문에서 3000억원의 미실현손실을 내더라도 이익배당 한도액을 계산할 때는 5000억원 전부를 빼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개정 상법·시행령은 올해부터 모든 회사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12월 결산법인은 올해 초에 진행된 작년 실적 결산부터 이미 적용이 됐다. 보험사 등 3월 결산법인은 올 6월 말까지 진행되는 2012회계연도 결산 때부터 개정 상법을 적용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보험사에 “상법 개정으로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과 배당규모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배당 정책을 수립할 때 중장기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상당수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배당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흥국·한화생명 등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재벌 계열 보험사를 비롯해 파생상품을 많게는 매년 수조원씩 거래하는 은행, 달러화 선물환 거래를 많이 하는 대형 조선사, 건설사 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당 축소를 우려하는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은 상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회계 원칙상 배당 가능 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이익을 뺄 거면 미실현손실은 빼지 않아야 하는데, 개정 법률은 이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금융당국은 기업과 금융회사 배당에 미치는 영향을 당분간 지켜본 뒤 재개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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