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TESAT 경제] 지폐 한해 4억7000만장 폐기…쌓으면 에베레스트 6배 높이

입력 2013-03-31 17:04  

(56) 화폐의 기능과 유통과정

화폐는 경제생활의 '혈액'…제조→발행→환수→폐기 반복

1000원권 지폐수명 40개월…1만원권은 100개월 넘어…깨끗이 쓰면 발행비용 줄여




최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협상 소식에 이 나라 사람들이 현금을 찾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금융회사가 불안할 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이런 경우 사람들이 현금을 급하게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에는 조재현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과장이 화폐의 기능과 유통 과정에 대해 설명합니다.

최근 키프로스처럼 금융회사의 돈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것을 ‘뱅크런’이라고 합니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은행에 맡긴 돈을 제대로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발생하죠.

○교환 매개 수단 화폐

키프로스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지만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은행들은 지난달 28일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지난달 16일 문을 닫은 지 13일 만입니다. 키프로스 사태는 우리가 평상시 간과하고 있는 화폐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화폐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경제 활동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고 지폐 대신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등 전자 지급 수단을 통해 편리하게 금융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전, 전산 장애 등으로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으면 은행에 맡긴 돈을 바로 쓰지 못할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반면 화폐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현금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일단 돈을 찾아 장롱에 넣어두더라도 경제생활을 위해 화폐를 확보하고 보자는 것입니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외에도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회계 단위의 기능과 부를 쌓을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의 기능도 있습니다.

○몸의 혈액과 같은 화폐

화폐는 경제 생활에서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혈액이 온몸을 원활히 돌면서 몸의 건강을 유지하듯 화폐도 ‘제조→발행→환수→정사(화폐 사용 가능 여부를 구분)→폐기 또는 재발행’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제 활동이 이뤄지도록 합니다. 혈액 공급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우리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량도 지나치면 인플레이션, 부족하면 디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죠.

화폐의 실제 순환 과정을 보면 한국은행이 한국조폐공사에 발주해 제조된 화폐는 한은 금고에 보관돼 있다가 시중의 수요에 맞춰 방출됩니다. 유통된 화폐 일부는 한은으로 환수돼 폐기되거나 다시 시중에 공급되죠. 우리나라 화폐의 유통 수명은 2011년 기준으로 1000원권은 40개월, 5000원권은 65개월, 1만원권은 최소 100개월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유통 과정에서 닳고 찢어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화폐는 폐기됩니다. 주화는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책상 서랍 등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동전이 돌지 않아도 새로 발행하게 됩니다.

○화폐 제조 비용 1년에 1500억원

화폐가 부족하면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면 화폐 거래량도 증가해 화폐 수요도 늘어나게 됩니다. 또 이미 유통된 화폐가 낡아 폐기량도 함께 증가합니다. 최근 3년(2010~2012년)을 보면 연간 약 4억7000만장의 지폐가 폐기됐습니다. 이렇게 폐기된 화폐를 한 장씩 얹어 쌓아보면 약 50㎞로, 에베레스트 산의 6배 높이가 됩니다.

당연히 화폐도 공짜로 만들 수는 없겠죠. 2010~2012년에 화폐를 새로 제조하는 데 연간 15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쓰였습니다. 화폐 제조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한은에서는 불필요한 화폐 제조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돈 깨끗이 쓰기 운동’ ‘동전 교환 운동’ 등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숨을 쉬며 살고 있지만 공기에 대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화폐도 경제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용 지불이 따로 필요 없어 공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화폐를 더럽게 사용하거나 훼손으로 발생하는 화폐 제조 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합니다. 지갑 등을 이용해 평소 지폐를 깨끗이 사용하고 책상 서랍 등에 잠자고 있는 동전을 찾아서 이용하는 것이 화폐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쉽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조재현 < 한국은행발권정책팀과장 >

■ 독자퀴즈

다음 중 오늘날 화폐의 기능이 아닌 것은?

① 교환 수단   ② 가치 저장 수단   ③ 금속으로서 교환 증서   ④ 회계의 단위

▷퀴즈 응모요령:‘한경닷컴 재테크’(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관람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제공 CGV

한경 · 한국은행 공동기획
문의 : 한은 홍보전략팀 02-759-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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