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대기업 잘못 과감히 시정하되 장점은 살릴 것"

입력 2013-03-31 17:04   수정 2013-03-31 23:46

공정거래와 지배구조 분리대응 시사

"경제 경쟁력 유지하면서 규제해야…경제민주화 '한 방'에 되는 것 아니다"



노대래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57)가 대기업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와 거리를 뒀다. 노 후보자는 지난 30일 내정 직후 “대기업 집단의 장점을 살리되 잘못은 과감히 시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는 이날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책 등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기존 정책을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사익편취 행위는 경쟁 제한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부당 이득을 얻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노 후보자는 그러나 “대기업 정책은 간단치 않다”며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로 인해 대기업집단의 장점과 경쟁력까지 약화될 경우 경제 전체에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노 후보자는 대기업 규제와 관련, 행태와 시장 구조에 대한 분리 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 등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엄단하되 지배구조나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 등 시장 구조를 손보는 문제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따져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처와의 공조도 강조했다. 노 후보자는 “시장 구조와 관련된 경제민주화는 ‘한 방’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종합감기약처럼 하나로 다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 전체의 연동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노 후보자는 “정책에 따라서는 공정위 혼자 만들기 어려운 것도 있고, 다른 부처에서 공정위 정책을 허물어뜨리는 것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노 후보자는 1979년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과장,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거쳐 조달청장과 방위사업청장을 지냈다.

사무관 시절 공정위 전신인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에서 4년간(1982~1985년) 근무했다. 노 후보자는 “공정거래법을 만들 때 근무했고 재정부 정책과장 때(2001년)도 대기업 제도를 조정하는 일을 했다”며 공정위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현 공정위 주요 간부들과도 친하다. 공정위 일부에선 “공정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로는 베스트”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대 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쾰른대에서 재정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2010년 경원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활동에 적극적이다. 노 후보자는 3월15일 “방사청장을 끝으로 33년의 공직생활을 내려놓았다”며 “자전거 타기를 일상화할 생각”이라고 적기도 했다. 충남 서천 출생으로 부인 박혜리 씨(57)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인사 청문회 쟁점은…한때 순환출자규제 반대 입장
차세대전투기 검증 논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문성 문제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원장의 필수조건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또는 소비자 분야에 경험 또는 전문지식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사무관 때 공정거래실에서 4년 근무한 것을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노 후보자가 과거 순환출자 규제에 반대한 것도 살펴보고 있다. 노 후보자는 2006년 재정경제부 국장 시절 공정위가 순환출자규제 방안을 도입하려 할 때 “여러가지 기업 규제 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생각한다”며 반대했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신규 순환출자금지가 포함된 것과는 다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은 노 후보자의 방위사업청장 재직시절 무기 선정 과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K2 전차 핵심 부품인 독일산 ‘파워팩’(엔진+변속기)과 관련해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 K2 전차에 첫 적용되는 파워팩을 양산 실적이 있는 것처럼 잘못 기재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도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시뮬레이터(모의 비행장치)로 검증하겠다고 밝혀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노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나 “(시뮬레이터 평가는) F-35를 구매 대상에 포함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재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15억2625만원을 신고했다. 서울 이촌동 아파트(10억2400만원)와 예금(4억2741만원)이 대부분이다. 부인 명의로 경기 과천시에 임야(3660만원)와 비상장 기업인 지엠브이티 주식 600만원어치를 갖고 있다. 노 후보자는 육군 일병, 아들은 병장으로 제대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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