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충남 서산 지역에는 간첩선의 출몰이 잦았다. 마을 뒷산에 해안선 경비와 간첩 잡는 특명을 받은 전투경찰대가 주둔할 정도였다. 예비군의 비상소집을 알리는 징소리에 잠을 깨 불안에 떤 적도 있다. 예비군복을 입은 부친이 실탄이 장전된 카빈 소총을 마루에 세워놓고 늦은 아침을 드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군청 앞으로 대포와 총알을 맞아 시커멓게 구멍이 뚫린 간첩선을 보러 가기도 했다. 서산 읍내에서 가장 큰 고등학교 운동장에선 ‘북괴의 만행’을 규탄하고 응징하자는 군민궐기대회도 열렸다. 1970년대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에 끝이 없다.
근심거리 늘어나는 대한민국
핵 무기를 손에 쥔 북한의 전쟁 위협은 갈수록 극렬하고 오만해진다. 천안함 폭침에 연평도 포격 등 도발과 침략의 강도는 남파 간첩선을 보내던 1970~80년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북한은 지난 주말엔 ‘전시상황’ ‘개성공단 폐쇄’라는 겁박할 수 있는 언어를 모두 끄집어냈다. 스스로 ‘달러 박스’를 깨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더라도 개성공단 문제는 뜻밖의 경제적 충격파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많은 걱정거리에 포위돼 있는 게 우리 국민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염치 없는 식탐에 설 자리가 없다는 호소를 쏟아낸다. 청년실업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100세 시대에 조기 퇴직한 50대 가장들은 거리를 헤맨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앞세우고 있는 것은 걱정거리가 그만큼 많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 누구도 북한의 ‘투정’을 돌아볼 겨를이 많지 않다.
그나마 먹고 살 만하고 걱정거리가 적은 곳은 대기업이라는 게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식인 듯하다. 고용 투자는 물론 부족한 복지재원을 대는 일도 대기업 몫으로 돌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새 국세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의 최우선 표적으로 대기업을 지목한다. ‘산업부’라는 약칭을 쓰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 관행을 비판하기 바쁘다. “시장경제의 파수꾼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배후엔 재벌의 유혹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이란 것도 만들었다. 새로 내정된 공정위원장이 정부 내의 중구난방(衆口難防)식 대기업 공세를 조율해야 할 정도다.
투자 넘치는 美 새너제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뭇매를 맞는 기업들은 이미 ‘죄벌(罪閥)’ 신세가 됐다. 일부 오너 기업인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법적인 책임을 지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이사 직함을 버렸다.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고 사법적 논란이 될 법한 일은 애당초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지난달 25일 응우옌떤중 총리까지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에 세계 최대 휴대폰 공장을 착공하면서 국내에는 보도자료 한 줄 내지 못한 삼성전자의 처지도 안타깝다. 애플과 힘겨운 스마트폰 전쟁을 이끌어 갈 전초기지를 세우는 게 투자의 해외 유출이라고 욕먹을 일인가.
지난달 27일 미국 새너제이 시의회는 논쟁 끝에 700만달러(약 78억원)의 삼성전자 지원방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현지 언론들은 “시가 가장 우선해 고려하는 것은 여기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을 붙잡는 일”이라는 척 리드 시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창조와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에 있는 새너제이에는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넘쳐 흐른다.
유근석 < 산업부장 ygs@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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