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정태영·나동민…'보험 초보' CEO 돌풍…싸고 친근한 보험으로 인기몰이

입력 2013-03-31 17:18   수정 2013-04-01 01:55

현대라이프 '제로' 1만건 돌파
미래에셋은 변액보험 혁신 '주목'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52),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53), 나동민 농협생명 사장(54) 등 작년에 처음 보험사 경영에 나선 최고경영자(CEO)들의 돌풍이 거세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보험은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라이프가 지난 1월 ‘단순한 보험’을 표방하며 선보인 ‘현대라이프 제로’는 3개월 만에 월 계약건수 1만건을 돌파했다. 제로는 암과 정기보험, 어린이보험 등을 단순화한 상품으로, 판매 신장률이 월 40~50%에 달한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불필요한 특약을 없앤 데다 만기까지 보험료 인상이 없다는 점이 호응을 이끌어낸 배경”이라며 “보험업계 상식을 깨고 로그인 없이 24시간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을 맡고 있는 정 의장은 작년 초 녹십자생명 인수를 주도한 뒤 약 1년간 ‘쉬운 보험’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정 의장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해서 사용 방법까지 까다롭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경쟁사와 똑같은 상품은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인 최 수석부회장 역시 보험업계에서 ‘최초’ 행보를 이어가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6월 취임 직후엔 변액연금의 실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처음 구축하도록 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연금의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후 논란이 거셀 때였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직원들에게 밤을 새워서라도 실시간 수익률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라는 엄명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 부회장은 올초 수수료를 대폭 낮춘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로 또 한 번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보험계약 1년 내에 설계사에게 대부분의 수수료를 지급하던 관행을 깨고, 최장 7년간 균등하게 떼 초기 환급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최 부회장은 “우리가 먼저 고객만을 생각하다 보면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학자 출신인 나 사장이 이끄는 농협생명의 경우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사별 민원율’ 지표에서 전체 생보사 19곳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유계약 10만건당 고객불만 건수가 6.3건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보험업계 최초로 대출금리 상한제를 도입, 신용대출 금리를 최고 연 14%로 확 낮췄다.

농협생명 측은 “작년 3월 출범했는데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안착한 것 같다”며 “올 10월께 신보험 전산시스템이 구축되면 변액보험 등을 중심으로 당기 순익을 전년 대비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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