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영화부문 대표 "CJ E&M, 영화사업 해외비중 4년 내 50%로"

입력 2013-04-01 16:57   수정 2013-04-02 00:03

"작년 영업이익은 80억"…4년 내 해외비중 50%로…'아시아 넘버원' 목표


종합엔터테인먼트업체 CJ E&M이 지난해 영화사업에서 업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영화사업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해외사업 비중도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섰고 2017년에는 5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 대표(사진)는 1일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CJ E&M의 기업 블로그 ‘Enjoy n Talk’(blog.cjenm.com)에도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정 대표가 경영 비전을 일반에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정 대표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영화 부문 매출은 2190억원, 영업이익은 약 80억원을 기록했다”며 “국내외 영화 43편을 배급, 영화시장 전체 매출액의 26.7%를 차지해 1위를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댄싱퀸’ ‘늑대소년’ ‘연가시’ ‘광해’ ‘타워’ 등이 4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덕분이며 특히 ‘광해’는 1000만명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실적이 양호한 것은 영화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관객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이야기도 다양해졌습니다. 가령 2008년 스릴러 영화 ‘추격자’가 대박을 거둔 이후 줄줄이 쏟아진 스릴러 영화들이 흥행에 모두 실패했지만 지난해에는 새로운 소재와 형식의 스릴러물 ‘용의자X’를 비롯해 ‘이웃사람’ ‘공모자들’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요. 낮 시간대에도 학생뿐 아니라 주부와 중장년층 남성들이 많이 왔습니다. 관객 저변이 확대된 겁니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도 급성장했고요.”

정 대표는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 감독을 맡아 연출하도록 이끌었고, 할리우드 스타가 대거 출연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올여름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해외사업 비중이 11.5%였는데 2017년에는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영화사업에서 최종 목표는 ‘아시아 넘버1’ 스튜디오가 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세계 영화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미국 시장, 5~6년 전만 해도 1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다가 이제는 30억원 규모도 저예산으로 평가하는 중국 시장, 세계 3대 시장인 일본에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직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제작과 직배사업이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법인은 봉 감독의 ‘설국열차’와 ‘메이크 유어 무브(Make your move)’ ‘파이널 레시피(Final Recipe)’ 등을 제작해 연내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에 직배한 ‘광해’는 지난해 9월 26개관에서 개봉해 지금까지 상영 중이다.

또한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한 김 감독의 해외 매니지먼트도 담당해 한국 인재들을 할리우드에 진출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합작회사를 설립해 이재한 감독의 ‘사요나라 이츠카’와 ‘I AM’ 등을 제작해 개봉했다.

“중국과 합작한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은 오는 12일 국내 개봉합니다. ‘해운대’와 ‘7광구’는 중국에 수출해 좋은 성과를 거뒀지요. 2011년 직배를 시작한 베트남에서는 한국 영화 점유율이 직배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CJ E&M의 경영 비전…위험 감수하며 글로벌 시장 도전

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 대표는 이익 규모가 음악업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데 대해 “국내 최대 영화사로서 위험이 큰 기획과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손실도 많이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흥행에 참패한 강제규 감독의 전쟁 대작 ‘마이웨이’ 등이 그런 경우다.

그는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프로젝트나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노력은 알려지지 않은 채 ‘유통을 독과점한 콘텐츠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데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CJ가 지난 18년간 영화사업을 하면서 충무로에 ‘회계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립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충무로에는 모든 회계처리를 간이영수증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새나가면서 제작비가 늘어났어요. CJ가 ‘영화 제작예산 운영가이드’란 매뉴얼을 도입해 비용관리를 하고, 순익이 발생했을 때 제작사 수익분배금을 약속된 기일에 정산해 그다음 달 말일까지 지급하라는 항목을 계약서에 명시하자 이후 다른 투자사들도 따라왔습니다.”

CJ에 입사하려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열정, 글로벌에 대한 비전, 상상을 현실화하는 꿈에 대한 도전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쓰고 영상을 다루는 분야여서 종사자들이 섬세하고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논리적인 좌뇌와 감성적인 우뇌를 적절한 타이밍에 잘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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