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기청이 직접 창업학교를 운영하겠다고?

입력 2013-04-01 17:27   수정 2013-04-01 23:19

중소기업청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창업을 지원하는 이른바 ‘앱 창업사관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중소지식서비스기업육성 예산 75억원을 투자해 수도권에 6월까지 설립한다는 것이다. 중기청은 앱 창업사관학교를 창조경제의 실행모델로 삼겠다고 한다. 그러나 앱 개발을 교육하는 대학과 전문기관들이 널린 마당에 굳이 중기청까지 또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만 해도 이미 창업사관학교를 설립해 운용 중이다. 입교생 300명 중 20%가 앱 개발 창업가다. 게다가 정부는 2010년부터 앱 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25개 대학 및 전문기관들을 ‘앱 창작터’로 지정해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자체적으로 앱 개발 교육에 나서는 대학과 전문기관들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청이 앱 창업사관학교를 직접 설립하겠다고 뛰어든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시장에서 앱 창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청년창업 중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게 바로 앱 창업이다. 중기청은 지금의 앱 창업교육이 효과가 의문시되거나 비효율적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기청이 직접 운영한다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중기청이야말로 비효율적 중복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앱 창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이를 자신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 물타기를 한다” “앱 개발 창업을 빌미로 중기청이 자신들 일자리부터 챙긴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좋은 앱 개발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교육할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뭔가 좀 된다 싶으면 관료들이 직접 뛰어들어 생색부터 내려고 한다. 무료, 저가 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겠다면서 멀쩡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가 하면, 국내에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엄연히 있는데도 중복 개발을 감행한다. 특허청이 산하기관을 통해 특허컨설팅을 직접 시도하는 것도 민간업자의 일감을 빼앗기는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를 떠들면서 정작 그 꽃이라는 지식서비스업을 정부가 나서서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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