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시각이 존재했다. 과거 국내 성장률이 반등하는 국면에선 기준금리가 인하됐던 전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 부진이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 문제와 글로벌 실물경기 악화에서 비롯된 만큼 대외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실물경기도 침체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호전된다면 굳이 추가적인 통화완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예상이었다.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금리 수준 때문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퇴색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화된 경기부진으로 글로벌 전반의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된 점과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고 있는 주요국들의 정책기조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연구기관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성장전망을 하향조정한 사례에서 드러나듯 글로벌 경기가 과거처럼 ‘V’자형의 탄력적인 회복세를 그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연구기관은 공통적으로 △선진국은 아직 실물경기 여건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정긴축을 감내해야 하고 △이에 따른 선진국 수요 부진으로 신흥국의 성장 역시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통화완화를 펼치고 있는데도 추가적인 통화완화를 고민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자체가 자생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정부가 재정과 통화정책을 병행한 적극적인 경기부양 방침을 시사했던 데 이어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3%로 대폭 하향조정함에 따라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 역시 빠르게 낮춰지고 있다.
대외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엔저 등 환율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과거처럼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또 내수경기 역시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로 회복 기대가 낮아진 점이 저성장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전망치는 추경 효과가 배제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 국내 경기의 자생적 성장수준을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고, 2년 연속 2%대의 유례없는 저성장 국면을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의 1회 인하가 성장세 지원에 충분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추가적인 통화완화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기조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게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경제정책방향 발표 이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정책패키지 활용 및 통화당국과의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이미 정부 내에선 저금리 기조를 유도해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각은 앞으로도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과 6~7월 각각 25bp(100bp=1%포인트) 인하, 연내 50bp 기준금리 인하를 여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총리가 가용한 모든 정책을 활용해 시장의 경기회복 기대에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한층 강도 높은 경기부양 의지를 밝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0bp 인하 또는 연내에 기준금리가 2.0%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월 금통위에서 발표될 한은 수정 경제 전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2.3% 성장 전망이 추경효과가 고려되지 않은 것임을 감안할 때 통화당국이 기존의 2.8% 성장 전망을 유지하거나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국내 경기의 성장전망을 낮추는 것인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통화당국에 대한 기대를 위축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세훈 <대신증권 채권운용부 연구원 kimsehun@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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