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거래분부터 앞당겨 적용…지하경제 양성화 '부작용'
▶마켓인사이트 4월2일 오전 5시41분
지난 1분기 개인 간 주식 장외거래 내역을 5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함에 따라 ‘큰손’들이 장외시장을 떠나자 장외 주식시장이 마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의 30%가량을 장외시장에서 회수해온 벤처캐피털은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2일 정부와 벤처캐피털 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증권사들에 올 1분기 개인 간 주식 장외거래 내역을 5월 말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출 자료는 거래자 인적사항, 거래 주식, 거래량, 거래일자 등이다. 개인 간 장외 주식거래 내역을 국세청이 수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초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7월 이후 거래분부터 거래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보고 대상을 1월 이후 거래분부터 앞당겨 적용하기로 시행령을 바꿨다. 장외 주식거래에서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증여세 등을 탈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조치에 따라 장외 거래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장외 주식정보를 제공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 대표는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했던 ‘장외 큰손’들이 지난달부터 거래세와 양도세 부담을 우려해 주식 거래를 기피하고 있다”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비상장 주식 거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외시장 큰손들은 세금 부담보다 신분이 국세청에 노출되는 것을 더 꺼려 장외시장을 등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면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거래대금의 0.5%를 거래세로 내야 한다. 양도세율은 차익의 10%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세금을 자진 납부토록 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거래세와 양도세 등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주식 장외시장이 마비 조짐을 보이면서 벤처캐피털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세금 탈루를 방지하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벤처캐피털이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엉뚱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오동혁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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