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상 곳간' 바닥 드러냈다…세입감소 여파…재정 일시차입금 30조 한도 육박 '사상 최고'

입력 2013-04-02 20:54  

정부의 비상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가 급전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이 법적 한도인 30조원에 육박한 것. 세수가 부족한 가운데 상반기에 재정의 60% 이상을 조기 집행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일 현재 정부의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은 △한은 차입금 19조5000억원 △재정증권 9조원 발행 등 모두 28조5000억원에 달했다. 법적 한도액 대비 사상 최고치인 95% 수준이며 앞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은 정부의 세입과 세출 규모가 일시적으로 맞지 않을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다. 돈줄이 말랐을 때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인 셈이다. 이 계정으로 조달된 재원은 기존 세입 세출 계정과 달리 쓰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갑자기 예산이 모자라는 정부 지출사업에 사용된다.

1분기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이 한도액에 육박한 것은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수가 넉넉하지 않은 현 재정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 지난해 20조원이었던 한도를 올해 30조원으로 늘린 터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세수가 정부 세입예산보다 12조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이 같은 양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며 “이 자금이 자주 바닥을 드러내면 재정운용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에서 대출을 받아 일시차입금을 마련한다. 재정증권은 한은에 위탁해 경쟁 입찰방식으로 지정된 시중은행, 증권사 23곳에 판매하고 있다. 만기는 1~3개월로 금리는 통화안정채권 수준과 비슷하다. 한은 차입금은 한도 내에서 바로 조달이 가능하다. 당해 회계연도 내 갚아야 하며 올해 빌린 돈은 내년 1월15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정부의 일시차입금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지만 돈 가뭄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해 일시차입금 한도액은 2년 전인 2011년(15조원)의 두 배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시차입금 계정은 추가 세수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메워나갈 수 있지만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단행하고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에 돈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2004년 세입이 부족해 한은 차입금 1조원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양곡 회계를 통해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일시차입금 증가에 따른 부작용은 또 있다. 시중통화량 증가로 한은의 신용통화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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