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날 주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STX조선해양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더 이상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기업과 자구노력 등에 대한 협약을 맺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와 다르다.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은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건전성 재분류로 인한 충당금 이슈다.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주채권단 은행은 해당 여신을 기존 '정상'에서 '요주의'로 재분류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상장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의 여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6169억원으로 가장 크며, 신한지주의 익스포저(선수금환급보증 포함)는 1004억원, 하나금융지주는 3118억원으로 추정된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대손충당금 617억~1172억원을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R)을 3.4~6.5% 감소시키는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한지주가 적립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손충당금은 100억~191억원으로 올해 EPS를 약 0.3~0.6% 감소시키고, 하나금융의 경우 대손충당금은 312~592억원으로 올해 EPS가 약 1.7~3.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보유 중인 익스포저에 대해 10% 가량의 충당금 적립률을 가정할 경우 은행의 이익 영향은 올해 예상 세전이익 대비 약 1%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들 은행의 담보 설정에 따라 실제 이익 영향은 예상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나금융의 전체 익스포져 중 1414억원은 100% 담보가 설정돼 있는 만큼 나머지 부분에 대한 10% 충당금 설정 시 실제 영향은 170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 또 STX그룹 손실이 대규모이나 일회성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업종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진단이다.
심규선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TX그룹 이슈가 부각되면서 단기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대출에 대한 신용 사이클이 악화되는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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