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비자금 관리자인데, 금괴 싸게 넘겨줄게"

입력 2013-04-03 15:26   수정 2013-04-03 16:02

=“전직 대통령 비자금 관리자인데, 금괴 싸게 넘겨줄게”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자신을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자라고 소개한 뒤 금괴와 5만원권 지폐, 영국 화폐 등을 싸게 팔겠다고 속여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성모씨(53)와 이모씨(53) 등 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일대를 돌면서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번 ‘회장님’들에게 자신이 4000억원 상당의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접근했다. 성씨는 금괴와 5만원권 다발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 가운데 금괴 12.5㎏과 10억원 상당의 5만원권, 영국 10만 파운드권 1000매 등을 싸게 팔겠다고 회장님들을 꼬드겼다. 피해자들이 의심할까봐 10억 달러짜리 미국 채권이 들어있는 강철박스도 담보로 제공했다. 물론 이 안에는 위조 채권과 흰 종이만 가득했다. 그러나 회장님들은 박스를 열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성씨의 거짓말에 박스를 열어보지 않았다. 이들은 성씨의 치밀한 사기 수법에 1억4500만원을 선뜻 내놨다. 성씨 일당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수법으로 영국 10만 파운드권 3000매를 채권업자 전모씨에게 판매하려고 접근했다. 그러나 전씨가 채권 가격이 지나치게 싼 것을 의심, 경찰에 신고하면서 성씨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사기단의 한 명인 이씨는 9년전 같은 수법으로 5억원가량을 사기당한 뒤 자신도 한 몫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와 함께 일한 유통책, 모집책 등 일당 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유통총책 김모씨 등 3명을 추적하는 한편, 피해자가 더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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