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통장 만들어 차입금 관리 명확히 하라"
완강한 코레일
"자금 집행 별도 요구는 관련 규정에도 없는 것"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중단하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하자 코레일은 “사업정상화를 추진 중이어서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용산사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사업 1대주주인 코레일과 일부 민간출자사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코레일과 대립, 사업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국토부, 용산사업 중단 요구
국토부는 코레일에 용산사업 통장을 별도로 개설해 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하고, 용산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때는 관련 차입임을 분명히 명시하라고 지시했다고 3일 발표했다. 지난달 철도운송사업과 용산개발사업 등 비운송사업의 회계 분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회계 분리에 더해 자금 집행 분리까지 요구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운송 수입과 철도사업 관련 차입금이 용산사업 자금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라는 뜻”이라며 “당장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해 철도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철도사업 적자 누적으로 이미 코레일의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되돌려 줘야 할 가능성이 높은 용산사업 부지 매각대금 7조2000억원을 이익으로 계상해 둔 탓에 자본잠식의 심각성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영업적자 등으로 누적부채가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2012년 1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차량구매 등 운영자금 1조원과 부채 상환 1조2000억원 등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국토부는 추정했다.
○코레일 “사업 포기할 수 없어”
별도 통장을 개설하면 금융권으로부터 용산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코레일은 판단하고 있다. 코레일의 신용도가 아니라 사업의 신용도만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데, 금융회사들이 사업만 보고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우선 26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용산 사업을 정상화시킬 예정이었다.
따라서 코레일은 국토부 지시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운송사업과 비운송사업의 회계는 철도사업법상 근거가 있지만, 자금 집행을 별도로 하라는 요구는 관련 법 규정에도 없는 내용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토부는 별도 통장 개설과 회계분리를 즉시 시행할 것을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정상화 계획도 무산된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당초 계획대로 4일까지 29개 출자사들의 동의를 받아 5일 시행사 드림허브 주주총회를 열고 자금 2600억원 지원 등이 담긴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코레일이 국토부 지시를 수용하면 용산사업은 파산하거나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이 경우 출자사들은 1조원의 용산사업 출자금을 모두 날린다. 출자사 간 또는 사업부지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사업주체 간 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레일은 또 미리 받은 땅(용산 철도정비창 부지)값 2조4000억원을 돌려줘야 해 자본잠식이 현실화된다.
조성근/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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