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어선 훔쳐 월북…軍 경계태세 '구멍' 논란

입력 2013-04-04 16:47   수정 2013-04-05 01:24

남한에 정착해 살던 탈북자가 어선을 훔쳐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했다.

군 당국은 탈북자 이혁철 씨(28)가 연평도에서 어선(9t)을 훔쳐 지난 3일 오후 10시49분께 NLL을 넘어 월북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북한을 탈출해 2007년 3월20일 국내에 입국해 정착했다. 그는 2개월 전에 연평도로 들어와 꽃게잡이 어선인 진흥3호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탈북했던 이씨는 한국에 정착하기 전까지 네 차례나 탈북과 입북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군의 경계 태세와 탈북자 관리에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월북 어선은 연평도 동남방에서 연안을 거쳐 NLL로 향했다”며 “오후 10시46분께 NLL 남방 900m 지점에 있는 어선을 레이더로 포착했고 즉시 고속정이 출동했으나 이미 NLL을 월선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선은 주간에 어업활동을 마친 뒤 부두에 정박한 상태였다”며 “꽃게잡이 선원인 이씨가 밤에 어선을 불법으로 탈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주는 북으로 향하는 이씨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종용했으나 이씨는 폭언을 하며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어선이 우리 레이더망 사각지대로 들어갔다”며 “초병이 배가 나가는 것을 봤지만 어황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 출항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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