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일벌레 사장과 못난 아들은 가라…가족경영 100년 이어가기

입력 2013-04-04 17:14   수정 2013-04-04 21:54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김선화 지음 / 쌤앤파커스 / 352쪽 / 2만원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이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세계 모든 언어권에 같은 의미의 속담이 존재한다. 중국에는 ‘논마지기도 3대를 못 간다’, 미국에는 ‘셔츠바람으로 시작해서 3대 만에 셔츠바람으로’, 독일에는 ‘아버지는 재산을 모으고, 아들은 탕진하고, 손자는 파산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가족기업에도 적용된다. 가족기업 전문가인 존 워드 미국 켈로그대 교수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다. 3대까지는 14%, 4대까지는 4%다. 100년 이상 살아남는 가족기업은 100개 기업 중 4곳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100년 이상, 심지어 100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도 있다. ‘3대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하는 대다수 기업과 100년 이상 존속하는 장수기업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의 저자인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는 ‘왜 가족경영은 3대를 넘기기 어려운가’를 화두로 삼고 가족기업 승계 연구를 시작했다. 수많은 해외 논문과 서적을 뒤지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찾아다니며 가족기업이 10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는 해법을 연구했다. 이 책은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관문인 승계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다양한 이론과 사례, 연구결과를 통해 제시한다.

평생 죽을 힘을 다해 키워온 회사가 있다. 열심히 일해온 덕분에 회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승계 문제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그동안 기업을 키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왔지, 승계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퇴 시기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자식들은 회사 일에 관심이 없고, 이제 와 새로운 사람을 찾자니 막막하기만 하다. 많은 경영자가 이처럼 승계의 중요성을 간과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다 승계에 실패해 기업이 하향세로 접어들거나, 아예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오너의 가장 큰 고민은 상속·증여세 등 세금문제다. 과중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도 있고 승계 후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가족기업이 세대 이전에 실패하는 원인의 80%는 가족관계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족 분쟁의 원인을 실제 사례를 들어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소개한다. 후계자 선정 기준과 구체적인 승계 프로세스 등 실전 지침을 비롯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요령, 가족위원회와 이사회의 기능, 최적의 기업 지배구조 등을 설명한다.

핵심은 돈이 아닌 기업가 정신과 책임감을 물려주는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개인 사유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 미쉐린, 스와로브스키, 로스차일드, 할리데이비슨 등 이 책에서 사례로 든 100년 장수 기업들의 공통된 비결이다.

책 말미에는 가족기업 경영자들이 가족과 기업의 문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50개 항목의 체크리스트가 실려 있다. 성공적으로 장수하는 가족기업들의 실천 사례에서 추출한 것으로 이 책의 내용이 집약돼 있다. 가족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어떤 부문에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볼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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