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일부공장 가동 멈춰…장기화땐 피해 1조원 넘을듯

입력 2013-04-04 17:17   수정 2013-04-05 01:29

이틀째 입경금지

北 10일까지 통행 계획 요구…한때 전원철수 와전되기도
일부 입주기업 관계자 "북측에 정상화 요청"




이틀째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서 현지 진출 국내 업체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4일 오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개성공단 현지 공장 한두 곳이 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동을 멈췄다”고 말했다.

입주업체 전체 피해 금액은 업체별로 다르지만 최소 월 1500억~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매출 피해가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의 문제는 생산 중단으로 거래업체에 납기를 못 맞추는 것이다. 개성공단에는 임가공 형태의 사업체가 많다. 개성공단을 통해 생활용품과 기계부품을 임가공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일부 기업은 계약에 따라 거래업체에 위약금 및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데, 납품원가가 아닌 판매가의 2~3배를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역시 이달까지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수천만원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입주기업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입주기업들은 투자손실 보상상품인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이 보험은 보통 천재지변이나 전쟁 발발과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평균 30억~50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이 일시적 중단으로 끝나면 보험을 적용받기 어려워진다.

한 의류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 측 유권해석에 따라 업체별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 유예 정도 외에 보상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에 남아 있는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북한 측에 공단 정상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법인장들이 북한 측 총국에 찾아가 ‘빨리 (출입통제를) 해제해 달라’며 항의성 건의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도 남한으로부터 개성공단 진입을 막으며 압박을 이어갔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남측 언론 보도 등을 거론하며 “못된 입질을 계속해 시끄럽게 놀아댄다면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개성공업지구는 파산 전야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5만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 철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이날 우리 입주기업 몇 곳에 오는 10일까지의 통행(남측으로 귀환) 계획을 미리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한때 ‘북측이 전원 철수를 통보했다’고 와전되면서 정부 안팎에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공단 폐쇄 카드에 대한 남측의 반응을 떠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남한 내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전형적인 ‘남한 흔들기’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인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는 이날 222명이 남측으로 돌아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에 통행 정상화를 거듭 촉구하며 “정부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마중물이 돼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은정진/조수영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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