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사 복잡한 딜레마…해답은 과거에 담겨있다

입력 2013-04-04 17:20   수정 2013-04-04 21:51

원더박스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 강혜정 옮김 / 원더박스 / 528쪽 / 2만원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6가지로 구분했다. 사람을 사로잡고 조종하는, 때로는 위험하고 불처럼 뜨거우며 분별없는 사랑인 ‘에로스’, 가족 친구 동료와의 사랑인 ‘필리아’, 아이들이나 가볍게 사귀는 연인들 사이에 기분 좋게 즐기는 애정 ‘루두스’가 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가 키워가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인 ‘프라그마’,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이타적 사랑인 ‘아가페’, 자기애(自己愛)를 뜻하는 ‘필라우티아’도 사랑의 또 다른 유형이다.

사람들이 과거에 존재했던 다양한 사랑에 대한 지식을 잃어버리면서 사랑의 개념은 이성 간 연애라는 개념 하나로 통합됐다. 이 때문에 그리스인들이 다양한 대상에게서 찾았던 여러 가지 사랑을 한 개인, 세상에 하나뿐인 ‘영혼의 반쪽(soulmate)’에게서만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믿게 됐다. 파트너에 대한 기대치는 충족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책 제목이자 주제인《원더박스》(Wonderbox)는 르네상스 시대 귀족들 사이에 유행했던 ‘분더캄머(wunderkammer)’에서 유래한 단어다. ‘경이의 방’이나 ‘호기심의 방’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진기하고 매혹적인 수집품들로 채운 장식장이나 전시실을 가리킨다.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오랜 세월 인류가 던져온 이 질문이 현대에 새삼 시급히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됐다”며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어떤 세상살이 방식을 택하고 추구할 것인지가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상살이 방식을 둘러싼 딜레마를 해결할 중요한 영감의 원천임에도 사람들이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 영역이 하나 있다. 역사다.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을 탐구하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난관과 기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가장 커다란 ‘원더박스’인 셈이다.

책은 사랑, 가족, 공감, 일, 시간, 돈, 감각, 여행, 자연, 신념, 창조성, 죽음 방식 등 12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두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고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화두들이다. 저자는 지난 3000년의 역사를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현대인의 고민이 과거에는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죽음 방식(deathstyle)’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이 금기시됐다. 그러나 중세 사람들은 늘 죽음과 함께 살았다. 중세 유럽 사람들에게 공동묘지는 오늘날 도심 쇼핑몰처럼 사람들이 만나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장소였고 아이들은 교회 옆 납골당에서 사람 뼈를 장난감 삼아 놀았다. 이들은 죽음이 당장이라도 자기 목숨을 낚아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삶이란 최선을 다해 마음껏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모든 순간을 선물처럼 소중히 여겼던 중세 사람들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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