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3년간 해외에서 번 돈을 현지 계좌에 넣어 놓고 국내에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10만여명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이 해외 계좌를 상대로 대규모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이나 자산가들에게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4일 “해외 세무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역외 소득을 은닉하거나 해외 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한 10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며 “일단 거액의 소득을 올리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에 앞서 최근 한 달간 조사담당 직원 1400여명에게 금융조사 및 역외 탈세와 관련한 교육을 집중 실시했다.
한국으로 통보된 해외 계좌의 대부분은 억대 이상의 예치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올린 소득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보고 정밀 검증에 들어갔다. 이미 해외에 복수의 차명계좌를 운영하면서 소득을 탈루하는 등 지능적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이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세법상 해외에서 소득이 발생한 국내 거주자는 현지 세무당국이 원천징수를 하고 남은 금액을 이듬해 5월 국내에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해외 계좌의 경우에는 10억원 이상일 경우 매년 6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계좌를 신고한 사람이 652명에 불과했는데 이들이 신고한 재산은 무려 18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의도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계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명단에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내에 거주하면서 해외 거주자로 위장해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역외 탈세자에 대한 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특히 거액의 재산을 조세피난처에 은닉하거나 해외 상속 재산을 신고 누락한 역외 탈세 혐의자 4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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