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머니·유로·위안'…통화 권위자들 총출동
기축통화 바뀌는 분기점…달러, 결제통화 매력 잃어
중국 금융시장 개방 땐 대규모 자금이탈 우려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더 이상 안전하다고 여기지 않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 달러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담보 가치를 상실하는 때가 될 것이다.”(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유럽은 최악의 상황을 간신히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축정책과 유로화의 안전자산 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장 피사니-페리 프랑스 브뤼겔연구소 소장)
홍콩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의 콘퍼런스 둘째날인 5일 글로벌 통화 분야의 권위자들이 총출동했다. 경제 대공황 및 통화정책 석학인 아이켄그린 교수와 위융딩 전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정치연구소장, 피사니-페리 소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INET 측은 “‘미스터 머니(아이켄그린)’와 ‘미스터 위안(위)’ ‘미스터 유로(피사니-페리)’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미스터 달러’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만 합석했으면 완벽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스러지는 달러화와 흠집난 유로화
이들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유지 △유로화의 안전자산 유지 △위안화의 국제통화 부상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이슈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는 여전히 달러화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위안화가 급부상하면서 전체 구도가 바뀌는 ‘티핑 포인트(분기점)’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비중이 줄고 위안화 위상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지만 정확히 언제, 어느 정도 규모와 속도로 그런 현상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신뢰와 국제무역 결제 통화로서의 편리함이라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피사니-페리 소장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세계 2위의 준비통화였던 유로화 위상에 흠집이 났다”며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인 개입 덕분에 버텨나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안전자산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가세했다.
○중국 위안화 국제화 속도 너무 빨라
위 전 소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위주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양적완화가 2차, 3차로 계속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아직 국제통화라고 부르기 힘든 위안화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기축통화가 되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비아 응 HSBC 중국법인 최고투자책임자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국제화 요구가 갑자기 늘고, 국제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우려했다.
위 전 소장도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갑작스럽게 대규모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이켄그린 교수는 “중국으로 자본이 유입될지 빠져나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외환 거래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홍콩=김동욱/강영연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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