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rule of law)가 변호사의 지배(rule of lawyers) 형태로 왜곡되면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하락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사회 발전을 담보하기는커녕 경제 발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지난 6일 폐막한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 주최 ‘경제권력의 위병교대식’ 포럼에서는 마지막까지 석학들의 심도 있는 자본주의 분석과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지식재산권 분야 권위자인 카테리나 피스토르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참여한 ‘자본주의와 법의 지배’ 세션에선 각종 규제 증가에 따른 공무원과 변호사 수 증가가 경제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퍼거슨 교수는 “애덤 스미스가 청나라에 대해 ‘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정체된 국가(stationary state)’라는 표현을 썼다”며 “당시 이 같은 평가가 가능했던 것은 서구사회에 비해 동양사회의 제도가 공정한 법치 측면에서 미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양에 대한 서구의 우위를 담보했던 법치와 제도 발전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잘못 운영되고, 퇴락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경쟁력 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퍼거슨 교수는 이어 이 같은 제도 쇠락에 대해 △서구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 △극도로 복잡해진 규제체계 △법치가 아닌 변호사의 창궐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영국의 경우 1979년 이후로 금융산업 종사자는 50% 늘어난 반면 금융규제와 관련한 공무원 인력은 4배나 증가했고, 1935년 이후 미국에선 상업은행 숫자가 감소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규제감독 종사자는 5배나 늘었다고 꼬집었다. 쓸데없는 규제의 증가가 오히려 제도와 법치의 강점을 잠식했다는 설명이다.
피스토르 교수도 “아시아에서도 법치제도가 가장 잘 갖춰진 일본이 오히려 최근 들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법치와 경제 경쟁력 간 관계는 단선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홍콩=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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