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원가 반영해야" vs "경기침체…수용 못해"

입력 2013-04-07 16:40   수정 2013-04-08 03:42

2월 시멘트값 놓고 충돌
9~10% 인상 주장에 레미콘社, 작년가격 결제
시멘트업계 수익성 논란도



시멘트 제조사들이 ‘지난해보다 9~10% 오른 가격으로 시멘트 값을 내라’는 세금계산서를 레미콘 업체에 일방적으로 보냈고, 레미콘 업체들은 이 세금계산서를 무시한 채 ‘지난해 가격으로 임의 결제’하는 사태가 최근 벌어졌다.
시멘트 제조사와 레미콘 업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7년과 2009년에는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레미콘 업체들이 파업했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누적 적자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라파즈한라를 제외한 국내 시멘트 6개사는 2007년부터 6년간 누적 손실이 9701억원에 달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시멘트 공급이 남아돌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시멘트 제조사들의 가격 내리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외국계 기업인 라파즈한라가 2003년 당 6만7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을 6만1000원으로 떨어뜨리면서 국내 시멘트사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2006년에는 시멘트 값이 당 4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시멘트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1년이다. 원자재와 전기료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멘트 제조원가의 35%를 차지하는 유연탄 국제시세는 2009년 90달러에서 지난해 140달러대로 올랐고, 생산원가의 15%가량 들어가는 전기료는 최근 1년 사이에 11%나 올랐다.

○레미콘사 “시멘트업계 수익 낸다”

레미콘 업체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당 5만3000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을 2011년 6만7500원으로 27% 올려 2010년 수준으로 회복시킨 데 이어 2012년 9% 추가 인상했기 때문에 시멘트 제조사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레미콘 업계는 6개 국내 시멘트 제조사들이 지난해 149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영업이익은 289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자회사인 한일건설 법정관리 비용 1551억원을 순손실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업계 전체 순이익도 흑자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들은 또 시멘트 가격을 올릴 경우 모래 자갈 골재 등 다른 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인상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양측의 가격 협상이 제대로 안 되는 데에는 동반성장위원회도 영향을 미쳤다. 동반성장위가 레미콘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한 2011년 이후에는 싸움의 양상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레미콘 업계는 중소업체들의 조직체인 ‘레미콘협동조합’과 중대형 엡체들의 조직인 ‘레미콘공업협회’로 나뉘어 있는데, 동반성장위원회가 관급 레미콘 물량을 중소업체 조직인 레미콘협동조합으로 몰아주면서 중대형사와 중소업체 간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는 대형 6개사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반면 레미콘 업체들은 구심력을 상실해 가격협상을 ‘연합회’가 아닌 ‘서울·경인’ 레미콘협동조합이 맡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시멘트 제조사 관계자는 “중대형 레미콘사들과 소형 레미콘사들이 밥그릇 싸움으로 갈라져 있어 협상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은/은정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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