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창조경제 근간은 소통과 융합

입력 2013-04-07 17:02   수정 2013-04-08 00:30

이효수<영남대 경제학 교수 hyoslee@yu.ac.kr>

"산업경제에 대비되는 패러다임
창업, 지식창출 문화토대 다지고
창조근로자 육성 계획 마련해야"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뜨겁다. 창조경제가 무엇인가.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 내정자도, 차관도 창조경제에 대해 분명히 답을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란 점에서 그 개념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책목표가 분명해지고, 구체적 전략수립이 가능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넓게는 창의적 지식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상력으로 혁신과 창조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의미하고, 좁게는 창조산업을 의미한다. 창조경제에서의 혁신활동이란 창의적 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전통산업의 생산, 유통, 소비의 방법과 과정을 개선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창조활동은 창의적 지식과 상상력에 기초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광의의 창조경제가 혁신 및 창조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면, 협의의 창조경제는 주로 창조활동에 의존한다.

창조경제의 개념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광의의 창조경제와 협의의 창조경제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광의의 창조경제는 혁신과 창조의 문화를 바탕으로 전통산업이 지식기반화되고, 새로운 창조산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종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협의의 창조경제 즉 창조산업은 ‘문화가치창출산업’과 ‘과학가치창출산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문화가치창출산업은 문화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고, 과학가치창출산업은 과학을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창조산업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구체성의 융합’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문화산업 및 과학과 기본적으로 다르다. 즉 문화가치창출산업은 예술 및 인문학적 상상력을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을 이용해 산업화한 것이고, 과학가치창출산업은 과학, 의학, 공학, 인문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최근 창조산업의 성공적 사례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영국과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면, 영국은 문화가치창출산업에서, 이스라엘은 과학가치창출산업에서 각각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영국 정부는 광고, 건축, 미술, 공예, 패션, 디자인, 영화, 비디오 및 사진, 소프트웨어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전자출판, 음악 및 공연예술, 방송 등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1997년 이후 집중 육성해 왔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개인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가치창출 즉 문화가치창출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산업과 의·생명 산업에서 첨단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 창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즉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의 융합, 과학 의학 공학 인문학의 융합을 통한 과학가치창출산업에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광의의 창조경제를 추구해야 하고, 산업경제에 대비되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써 창조경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관광 의료 금융 등 전통산업의 지식기반화, 문화가치창출산업·과학가치창출산업을 함께 육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면 창조근로자 양성 패러다임, 창의적 지식창출 문화형성, 지식재산권 가치의 국민적 인식 확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정신, 글로컬 이니셔티브 유니버시티(GIU) 육성, 창조산업 육성, 창조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구체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원천은 창조근로자인데, 창조근로자의 양성은 현재 보편화돼 있는 정형화·표준화된 인재 즉 ‘X(Xerox)형 인재’의 육성패러다임으로 불가능하므로,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 즉 ‘Y(Yield)형 인재’의 육성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창조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창의적 지식은 통섭과 융합에서 나오고, 모든 창조산업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따라잡는 전략’이 아니라 ‘선도하는 전략’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이효수<영남대 경제학 교수 hyoslee@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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