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동의만으론 특정연령 한시 정년단축 무효"…농어촌공사 前직원, 공사상대 승소

입력 2013-04-07 17:02   수정 2013-04-08 04:40

법원 "본인 동의 필요"


당사자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동의만 받은 정년 단축 규정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원치 않게 명예퇴직한 전직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수십명이 12억여원에 달하는 미지급 임금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전직 공사 직원 52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공사는 2008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추진에 따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희망퇴직을 실시해 신청자에게는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고, 미신청자에 대해서는 2008년에 한해 정년을 단축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공사 노조는 같은 해 12월 총회를 열어 투표자 가운데 77.6%의 찬성으로 관련 안건을 의결한 뒤 사측과 개선안에 합의했다. 합의안 가운데 ‘한시적 정년 단축’ 조항에 따라 2008년 한 해 정년은 직급에 따라 58~60세에서 55~59세로 단축됐다.

이에 당시 55~59세로 2급 내지 4·5급으로 근무했던 직원 일부는 “공사의 조치가 실질적 부당해고로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어차피 정년 단축 조항 때문에 퇴직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로금을 받으려 어쩔 수 없이 신청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시적 정년 단축 조항은 근로자 전체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령의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취업 규칙으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더구나 불이익을 받는 특정 근로자들만이 동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노조의 동의를 받았을 뿐이어서 관련 조항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사는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명예퇴직 실시 다음 해에 직원들에게 60억원 상당의 포상금품을 지급한 점을 보면 명예퇴직이 경영상 필요하지도 않았다”며 “공사가 퇴직시점부터 정년퇴직일까지 1~3년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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