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정책의 방향성에서 특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역할모델은 미국 지향적인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했다. 부분적으로 미국 이외의 제도를 도입한 경우는 있지만 박근혜정부처럼 산업과 경제체제는 독일식, 복지는 스웨덴식 모델을 추구하는 다원적 역할모델을 선정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 역할모델의 변화과정은 무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창출이란 특성을 기초로 본다면 이해가 쉽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위주 무역구조에서 벗어나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의 교역을 강화했다. 그 결과 선진국 대비 개발도상국 교역 규모가 과거의 6 대 4에서 3 대 7로 변화했다. 최대 교역국이던 미국이 중국, 유럽연합(EU) 다음의 세 번째 교역국이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식 경제발전 모델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산됐다.
그렇다면 독일과 스웨덴이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비결은 무엇이고 우리는 또 무엇을 벤치마킹해야 할까. 독일은 세계적인 기술력의 중소·중견기업이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탁월하다. 다양한 산업 부문의 대기업이 창출하는 고용능력이 우리나라 대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동시에 독일처럼 기술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 동반성장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1920년대 이후 복지국가가 최고 정책목표로 설정돼 정권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국민적인 합의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스웨덴의 복지체제는 교육을 기초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생산적 복지인 것이다.
새 정부가 채택하려는 독일식 및 스웨덴식 역할모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발달한 국가다. 높은 수준의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이들 기업의 산업생산 결과는 고용창출이란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기업의 사회적 의무가 강조되는 사회적 시장체제를 구축해왔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정책이 아닌 시장이 실현하는 바람직한 운영체제인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 적용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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