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은 일찌감치 켜졌다. 모든 지표가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올 들어 3명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자살로 내몬 것은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증하는 복지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지만 정부 당국이 이를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7일 보건복지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 11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오는 2015년까지 사회복지 공무원을 4만407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시 복지공무원 숫자는 1만4891명이었다. 이어 2007년 12월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용역 조사에서도 “앞으로 복지부문 인력을 최대 200%까지 증원해야 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용역을 의뢰한 당시 행안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정부 출범으로 인력을 줄이는 ‘파행’을 연출했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부터 192만명의 복지대상자가 늘어나는 기초노령연금제가 시행되자 2009년 감사원이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그해 11월 “사회복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동안 늘어난 인원도 실제 필요한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복지 공무원 숫자는 2012년 0~2세 무상보육이 확대되기 전까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까지 나서 복지인력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지만 중앙정부 인력·예산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의 무관심으로 몇 년을 허송세월한 결과가 연쇄 자살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 복지공무원들이 돌봐야 할 대상자는 2008년 610만명에서 올 들어 100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경기도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올해 초 만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659명,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명, 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명, 장애인 1020명 등에 대한 복지업무를 사실상 혼자서 처리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2011년 말 복지공무원을 2014년까지 7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같은 방안이 효과를 보기까지는 적잖은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청 주민복지과의 김기석 주무관은 “사회복지직 직원이 읍·면·동 주민센터에 새로 배치되면 복지업무를 담당하던 기존 베테랑 행정직 직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해 버린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복지 공무원 숫자를 늘려도 일선 현장은 신참공무원들로 채워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올 들어 자살한 3명의 복지공무원 모두 근무경력 1년이 채 안 된 사람들”이라며 “증원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단순 인력 충원만으로 이미 곪아터진 복지행정의 난맥상을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복지 대상자가 140만명가량 더 늘어난다. 경고음이 지금도 계속 울리고 있는 것이다.
김용준/대전=임호범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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