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5년 뒤의 시대정신

입력 2013-04-08 17:31   수정 2013-04-09 04:35

'2007 경제선진국', '2012 경제민주화'…삶의질 높일 시대정신 찾아 나서야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2007년 대선 당시 시대정신은 경제선진화였다. 2018년 고령사회 진입 전에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지 못하면 선진국의 꿈은 영원히 물건너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면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들이 제시됐다. 감세, 규제 완화, 개방화 확대, 공기업 민영화가 그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반시장적 정책에 집착하던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10년 만에 우파정권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밀어닥친 세계 금융위기와 광우병 파동은 선진화 정책을 일찌감치 좌초시켜버렸다. 정부는 코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확대를 해야 했고 일자리 유지를 위해 민영화를 포기해야 했다. 경제양극화를 볼모로 한 야당의 부자감세와 대기업 때리기 공세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선진화 꿈은 사라졌다.

2012년 대선 당시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였다. 반복되는 경제위기로 어려워진 삶과 심화되는 경제양극화에 지친 국민들은 경제민주화 구호에 지지를 보냈다.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총선과 대선 패배에 직면한 당시 한나라당은 당명과 당 색깔을 바꾸는 과감한 변신과 더불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승리를 장담하며 오만해 있던 민주통합당에 총선과 대선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내용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국민은 결국 경제를 살리면서 재벌개혁,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해소, 재래시장 활성화를 추구하던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면 5년 후 2017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그때까지 경제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에 경제선진화 구호는 더 이상 먹힐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이미 한번 써먹은 경제민주화 구호도 박근혜정부가 꾸준히 경제민주화 조치를 해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필할 것 같지 않다. 안철수 바람이 몰고 온 정치개혁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개혁이 추진될 것이고 정치개혁 자체가 국민의 어려운 삶을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기에 그때까진 바람이 소멸해 있을 것이다.

무언가 국민에게 함께 추구할 가치가 되고, 경제를 살리면서 서민들의 어려운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시대정신이 나타날 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땅의 사상가, 학자 그리고 정치인 동료들과 함께 5년 후의 시대정신을 찾아 나서야겠다.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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