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부흥 이끈 대처 前총리 타계…탄광노조 굴복시켜 영국病 고친 '철의 여인'

입력 2013-04-09 04:14  

인사이드 Story

식료품점 딸로 태어나 첫 여성 총리, 11년 재임
포클랜드 전쟁 승리로 인기…양극화 심화 비판도 받아



영국의 유일한 여성 총리이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8일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대처 전 총리의 대변인인 팀 벨은 “오늘 아침 어머니 대처 남작부인이 뇌졸중으로 평화롭게 운명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처는 보수당을 세 번 연속 총선 승리로 이끌며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9세기 초 이래 최장기간인 11년간 영국을 통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처는 자유시장경제와 개인의 선택을 강조함으로써 영국의 경제를 한 단계 발전시켰고, 강력한 외교정책으로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점의 딸에서 영국 총리로

대처는 1925년 영국 동부의 작은 도시 그랜섬에서 식료품 가게 주인 알프레드 로버츠의 딸로 태어났다.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형편이었지만 대처는 ‘옳지 않은 길은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철학을 공유하며 자랐다.

1959년 보수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주택장관, 연금장관, 재무장관, 에너지장관, 교육장관, 교통장관 등 주요 공직을 모두 거친 그는 1974년 히스내각 붕괴로 기회를 잡았다. 정권 실패의 책임을 물어 1975년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수로 선출된 것이다. 1979년 총선에서 대처는 감세 정책과 법질서 회복을 내세우며 승리해 최초의 영국 여성 총리로 올라섰다.

○철의 여인, 강력한 대내외 정책

총리가 된 대처는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정책을 집행해 영국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의 대범함은 1982년 2월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으로 드러났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영국령 포클랜드 섬을 무력 점령하자 대처는 발빠르게 움직여 세계 여러 나라가 영국의 편에 서도록 했다. 대처 통치철학의 정신적 동반자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영국 편을 들었다. 칠레의 피노체트도 자국의 영공을 영국 군대에 개방했다. 이는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패배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대처는 외교적 타협을 일축하고 해군 기동부대를 파견, 두 달 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냈다.

대처는 만성적인 ‘영국병’도 해결했다. 과감한 민영화와 대폭적인 공공분야 개혁을 실행해 ‘철의 여인’이라 불리게 됐다. 결정적인 사건은 1984년 전국적인 탄광 파업이었다. 대처가 전국 174개의 국영 탄광 중 경제성이 없는 20곳을 폐업하고 2만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하자 탄광 노동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대처는 강경 진압을 하는 동시에 미리 확보했던 석탄 재고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결국 1985년 탄광 노조는 파업을 풀었고 대처는 영국 복지제도를 개혁했다.

1980년대 후반 경제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가 악화되자 대처는 인두세를 도입했다. 이는 그의 신자유주의 철학에 어긋나는 정책이었다. 여기에 1990년 유럽통합 반대입장을 고수하다가 당 지도부의 반발을 사게 됐다. 결국 대처는 1990년 자진 사임했고 1991년 5월 정계를 은퇴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대처는 작은 정부, 자유무역, 민영화 등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며 “현대 영국에서 윈스턴 처칠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떠났다”고 전했다.

대처는 영국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영국 경제에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대처는 융통성 없는 성격으로 비판을 받았다”며 “‘이 숙녀는 돌아가지 않습니다(the lady’s not for turning)’라며 개혁 정책을 단행한 것이 그를 잘 표현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대처처럼 대한민국이 앓는 병을 고치겠다”고 말하는 등 대처를 롤모델로 삼아왔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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