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무성 “김혜자처럼 영혼을 울리는 정직한 배우 되고파”②

입력 2013-04-09 10:39  


[김보희 기자] 90년대 대학로에서 감각적인 연출자이자 배우로 이름을 알린 배우 최무성이 2005년 영화 ‘사과’를 통해 충무로에 문을 두드렸다. 이후 그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세븐데이즈’ ‘사람을 찾습니다’를 통해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연기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충무로의 신예 명품 배우로 차근차근 입지를 쌓았다. 그러던 그가 최근 JTBC ‘청담동 살아요’를 통해 삶에 찌든 기러기 아빠로 연기 변신을 하더니 ‘연애의 온도’를 통해 어리버리한 불륜남 연기를 리얼하게 소화해내며 강한 이미지의 옷을 차근차근 벗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최무성’하면 ‘악마를 보았다’에서 섬뜩한 눈빛과 인육을 마구 먹는 장면이 으뜸으로 떠오르지만 앞으로 그가 도전할 배역은 더욱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신이 기대를 낳고 있다. 이에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최무성을 만나 그의 연기철학과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최무성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저는 연기자 측면에서 보면 연극이 먼저가 아니라 영화가 먼저였다. 학창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주말의 명화’ 같은 것을 섭렵했다”라며 “연기에 관련해 관심을 가지던 중 고등학교 때 극회 ‘로가로세’라는 연극 청소년 연합 서클에 가입하게 됐다. 거기서부터 연기를 연극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극에서 영화로 시선을 옮기게 된 까닭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극단 친구들은 영화 오디션을 보고 다녔지만 난 엄두도 나지 않았다. 당시 영화배우는 텔레비전 유명 스타라는 생각이 들어 연극에 매진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니 수입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첫 영화는 ‘사과’였고,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시작한 건 ‘강적’이었다. 감독님이 주조연 역을 주신 덕분에 영화 쪽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 만년 연극배우 최무성이 영화-드라마에 오기까지…

영화계에 진출한 최무성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정상적인 역할보다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다. 이에 그는 독특한 캐릭터에 몰입하는 자신만의 방법에 “저는 역할에 몰입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고, 내 안에서 캐릭터을 찾는다”며 “출연하는 역할을 위해 다이어트는 하지만 실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몰입하는 편은 아니다. 최무성 안에서 그 인물을 찾고 캐릭터를 ‘최무성화’ 시킨 뒤 연기하는 스타일”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내 안에서 찾기 힘든 ‘악마를 보았다’ 태주 역을 연기할 때 “영화 속에서 태주가 바보 같이 우는 장면 등이 삭제돼 아쉬운 부분이지만 태주에게 콤플렉스가 있다. 같이 괴물인데 최민식이랑 급이 틀린 부분... 그런 콤플렉스는 우리 내면에 모두 있지 않느냐. 나 또한 내 콤플렉스를 빗대어 생각하고 표현해냈다. 나머지는 식인이라 그냥 잘 먹으면 됐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피를 계속 보니 힘들더라”라고 당시 고충을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어려운 캐릭터에 영화 ‘꼭 껴안고 눈물 핑’ 감독 역으로 꼽았다. “그 작품에서 트렌디한 CF 감독 역을 맡았는데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 역할을 살펴보면 옷도 좀 잘 입고 다니고 시크한 매력을 풍겨야 하는데 그 당시에 살이 쪄서 자신감이 상실되더라. 짧은 시간에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결국 잘 빼지 못하고 촬영을 시작해야 했다”라며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사이에 껴서 여배우를 꼬실만한 매력을 풍겨야 하는데 그 때는 매력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했다. 마인드의 문제인데... 당시에는 내가 외모 콤플렉스가 생기면서 세련된 느낌의 남자와 안 맞는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상실돼고 위축됐던 것 같다. 맡은 역할은 힘들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든 역할이었다. 그 때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와 반대로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서 동일한 이름 캐릭터인 최무성 역은 편했다고. “청담동 최무성 단연코 편했다. 찌질한거든 아픈거든 내 안에 모습을 그대로 과감 없이 보여주면 됐다. 또 10개월 동안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친해져 연기하는 게 즐거웠다. 다만 힘든 점이 있다면 드라마라서 촬영 분량이 많아서 그렇지 편하고 즐겁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최무성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에 “배우라서 아무래도 안 해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 혹은 비슷한 역할이라면 예전보다 더 깊어진 캐릭터. 사실 ‘세븐 데이즈’나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 개인적인 범죄자, 돌아이 등의 악역은 연기했으나 조폭은 한 번도 연기해 본 적이 없어 도전하고 싶었다. 또 방안에 드러누워 꼼짝 않고 세상과 단절된 백수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야말로 최무성이 가장 잘 하는 연기가 아닐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연기 도전에 무서움 보다 설렘을 더 드러내는 배우 최무성, 그는 ‘연애의 온도’ 후속 작품으로 5월 방송될 JTBC ‘언더커버’에서 생애 첫 조폭 연기에 도전해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최무성은 극중 자신이 맡은 문덕배 캐릭터에 “이 사람은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최고 권력자 밑에서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러 나선다. 해결하려고 있는 시점에 주인공 정경호와 대립을 이룰 예정이다”라며 “내적으로 문덕배는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조폭들의 양아치스러움이 없다. 다른 말로 해탈 했다고 해야 하나. 능력이 있고 힘이 있다 보니 한결 여유가 있고 유머러스하다. 그래서 더 무서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

◆ 최무성이 생각하는 영혼을 울리는 정직한 배우?

이날 최무성은 배우로서 롤모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누가 더 훌륭하다. 그런 사람이 없다. 배우들마다 자기 특색이 잘 표현되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에서 영혼을 울리는 배우를 꼽자면 김혜자 선생님을 추천하고 싶다. 앞서 ‘청담동 살아요’에서 작업을 같이 했는데 정말 옆에서 연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대사, 표정 빠지지 않고 그냥 다 좋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혜자에 대해 “같은 배우로서 의지가 되는 분이다.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가 좋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영혼의 힘이 느껴져 존경스럽고 같이 촬영하는 게 영광스러울 정도다. 특히 ‘청담동 살아요’ 김혜자 선생님의 내레이션은 단연 일품이다. 감정의 소리는 호흡인데 김혜자 선생님의 내레이션은 감정이 100% 녹여져 마음을 울린다”고 밝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최무성, 그는 끝없이 연기를 하고 도전하는 이유에 “행복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배우 정체성을 생각해보면 재밌고 행복하니까 계속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물론 괴로울 때도 많지만... 나는 매번 연기에 임하며 다르게 표현하고 연기해내는 것을 공부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의외로 연기술에 관심이 많아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찾고 싶다. 그래서 현장이 재밌고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

최무성은 앞으로 펼쳐낼 자신의 연기에 “돈을 많이 버는 화려한 스타배우가 되기보단 정직한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을 울리는 진솔한 연기는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정직하게 연기를 하면 되는 것 같다. 예뻐 보이고 화려하게 연기술을 펼치기 보단 캐릭터답게 연기하는 정직한 배우가 되겠다”고 말해 앞으로 그가 보여줄 정직한 연기에 기대감을 더욱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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