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4·1 부동산 대책(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박근혜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은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과 ‘보편적 주거복지 방안’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세금 감면과 금융지원, 공급 물량 조절, 규제 개혁 등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대부분 담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되살리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정치권이 양도세 면제 기준 등 일부 사항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어 대책이 크게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제·금융제도 개선으로 유효 수요 창출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실행된다면 주택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적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과거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세제·금융·보편적 주거복지 방안을 한꺼번에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파격적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생애 최초 대출 규모는 종전 2조5000억원의 2배인 5조원으로 확대 지원된다.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의 가구가 올해 말까지 6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이달 중순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소득 요건을 부부합산 5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는 종전 연 3.8%에서 연 3.3~3.5%로 낮춰준다. 국토부는 “세제와 금융 양쪽 측면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 직장인의 주택 구입 능력이 향상돼 시장 전반에 걸친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양도세 5년간 면제 조치는 그 대상에 미분양 주택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계약하거나 분양받는 주택(신축주택과 기존주택)도 포함된다.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 중인 주택(9억원 이하 및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연내에 구입할 경우에도 양도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임대시장에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들어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 물량 줄이고 청약 제도 개선
주택 공급 물량도 조절,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도 줄인다.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지구는 공급물량과 청약시기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올해 청약 물량도 당초 계획의 절반인 8000가구 정도로 수정했다.
정부는 또 민영주택에만 적용하고 있는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을 전용 85㎡ 이하로 한정하고 전용 85㎡ 초과주택은 폐지하기로 했다. 적용비율은 현행 75%에서 40%로 완화한다. 또 주택 교체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종전 입주자저축 1순위인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 이상 유주택자에게도 가점제 청약 1순위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을 통해 건설사 주택 사업에도 숨통이 트이게 한다. 정비사업 때 기존주택의 전용면적 내 2주택 공급이 가능토록 하고 15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범위에서 수직증축(층수 올리기) 리모델링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22년까지 소득 5분위 이하 550만가구가 공공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주거복지를 시행한다. 매년 공공임대주택 11만가구, 공공분양주택 2만가구 등 13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철도 상부와 공공 유휴부지에 짓는 행복주택은 5년간 20만가구를 공급하되 올해 수도권 6~8곳에 약 1만가구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
◆대책 효과 거두려면 조속히 시행돼야
부동산 시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고강도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데다 정부도 시장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국회에서 양도세 및 취득세 감면 기준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국회에서 발목 잡힌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서민의 주거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민간과 공공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하고 부동산 활황기에 도입된 각종 규제책을 철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에서는 단기간 거래 공백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조속한 법 시행이 가능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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