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결혼비용은 7545만원…'이혼 찬성' 女 68%·男 53%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결혼과 출산도 비용 대비 효과분석에 기초한 경제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혼과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안정적 부부관계를 통해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행복감, 노후보장 등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해야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 주장은 계량이 힘든 주관적인 분석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월평균 양육비 119만원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10일 발표한 ‘2012년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남녀 1만33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모가 자녀 1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들여야 하는 비용은 3억896만원에 달했다.
재수, 휴학, 어학연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2009년 조사 때(2억6204만원)와 비교하면 18% 정도 증가한 것. 시기별로는 대학교 4년간 양육비가 770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간이 길고 사교육비도 많이 들어가는 초등학교 재학기간(7596만원)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비용은 월평균 1인당 양육비 조사를 기초로 추산한 것이다. 각 가정이 자녀 1명 양육비로 쓰는 돈은 월평균 118만9000원이었다. 월 양육비는 2003년 조사 때(74만8000원)보다 58.9% 증가했다. 118만9000원 중 주거·교양·오락비 등 가족 구성원 모두에 해당하는 지출 항목을 빼고 오직 자녀만을 위해 쓴 식료품·의복·교육비 등은 월평균 68만7000원이었다. 이 중 3분의 1인 22만8000원이 사교육비로 나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용 외에 치열한 경쟁으로 부모와 자녀들이 받는 스트레스 등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비용이 출산율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비용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10~2012년에 결혼한 신혼부부의 경우 평균 결혼비용은 남성 7545만원, 여성은 5226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2009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남성은 24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여성은 1963만원이나 급증했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수 및 결혼식장 비용이 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집 장만에 들어가는 자금의 일부를 여성이 부담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이혼에 더 적극적
이런 경제적 부담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결혼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혼자의 87%는 고용불안정과 결혼비용 등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실제 남자의 40.4%, 여자의 19.4%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결혼 필요성에 대한 미혼여성들의 생각은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편이 좋다’는 응답은 모두 56.7%에 그쳤다. 2009년 63.2%에서 6.5%포인트나 줄어든 것. 남성은 69.8%에서 67.5%로 2.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혼에 대해서도 여성이 더 적극적이었다. ‘부부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항목에 대해 미혼남성은 53.7%가 찬성한 데 비해 여성의 찬성 비율은 68.5%에 달했다.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성은 43.1%였지만 여성은 61.9%나 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 출산율 상승이 국민연금 고갈 시기 '유지'
▶ 짬뽕, 나트륨 함량 최고…하루 권고량 2배
▶ "협력할 일 많네요"…탄력 붙은 '달빛동맹'
▶ 외부시선 의식? 한은 독립시위?…해석 분분
▶ 현대百-무협 '27년 전 계약' 놓고 법정공방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