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정유미기에 가능한 공감 내레이션…왜?

입력 2013-04-10 19:29  


[최송희 기자] 배우 정유미의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서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 역을 맡은 정유미가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함 울림을 주고 있다.  

드라마 후반부에 등장하는 정유미의 내레이션은 “누구나 한 때는 자기가 크리스마스트리인 줄 알 때가 있다”로 매 번 같은 패턴으로 시작되지만 다른 메시지와 결말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곧 자신은 그 트리를 밝히던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더 중요 진실을 알게 된다” 다음에 등장하는 마지막 멘트가 하이라이트. “똥인지 된장인 지는 찍어 먹어봐야 안다” “그 하찮은 전구에도 급이 있다는 것” “펭귄과 공룡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누가 펭귄이고 누가 공룡인지는 붙어봐야 아는 법”등 계약직의 현실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꼬집으며 드라마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정유미의 목소리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만의 진정성 어린 화법이 극중 정주리라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맞물리면서 더욱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 그녀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내레이션은 드라마의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 추의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코믹 열연에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드라마의 숨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 템포 쉬어가며 생각할 여유를 주는 장치다. 

극중 정주리는 하는 일마다 실수를 저질러 해결사 미스김을 출동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안쓰럽다 못해 보듬어주고 싶은 캐릭터다. 학벌도 ‘빽’도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녀는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며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동시에 잔고가 바닥나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요령을 피우기는커녕 순진하게 이용만 당하고 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해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이런 그녀를 제작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꼽고 있다. 주리가 처한 상황과 주리의 행동과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 이런 그녀가 읊조리는 내레이션은 어느 누구의 한 마디보다 짙은 호소력을 갖는다.

한편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더하는 ‘직장의 신’ 5회는 4월15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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