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선진국 소비시장 대응법

입력 2013-04-11 15:30  

SERI.org -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hspark@seri.org

지출가치 극대화·건강 우선·혁신상품
불황형 소비 정착…'힐링' 관심 높아져
글로벌 기업들 다양한 판매전략 추구



한국이 선진국 수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 수출에서 선진국 비중은 2001년 49.5%에서 2012년 30.0%로 급감했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2013년 수출환경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선진국의 경기침체 장기화를 지목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선진국 소비시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에선 지출가치 극대화, 심신 건강 최우선, 혁신상품 심취 등의 3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절약과 함께 지출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불황형 소비행태가 정착하고 있다. 기본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온라인 등 저가채널을 이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핵심 소비층인 중산층 비중도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둘째, 선진국 소비자들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심신의 건강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가격보다 질을 더 우선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리적·경제적 이유로 가족 중심의 생활이 확산되고, 스트레스와 불안에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셋째, 소득 위축으로 내구재에 대한 지출은 줄었지만 스마트폰, TV 등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제품에 대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 유통, 프로모션 등에서 다양한 전략으로 선진국 소비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첫째,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에 충실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불필요한 부가기능보다 기본기능을 강화해 지출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신흥국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선진국에 도입하는 ‘역(逆)혁신’과 이종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기존의 틀을 넘어선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둘째,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 모바일, 카탈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라인 강자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인다. 이에 더해 구매부담을 낮춰 위축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현명한 소비 프로그램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셋째, 기발한 아이디어의 고객참여형 프로모션으로 ‘세일즈 토크’에 활용할 수 있는 화젯거리를 만든다. 불안감과 사회적 피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넘어 자기효능감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적극적 힐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선진국 소비시장 트렌드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대응전략을 참고해야 한다. 유의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금융위기 이후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선진국 소비도 변동성이 높아졌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지만, 구조조정이 가속화돼 인수·합병(M&A) 등 시장 확대 기회도 생길 수 있다.

둘째, 선진국들은 최근 자국 시장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견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사전 대비를 강화하는 한편, 불합리한 제재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hspark@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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