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발판 기대 커져
11일 오전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도크. 제작 중인 선박들로 붐벼야 할 도크는 텅 비었고 크레인 등도 가동을 멈춘 채 서 있었다. 일감이 없어 다른 회사에 빌려준 바로 옆 4도크에선 작업이 한창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3도크 근처를 지나던 윤용현 한진중공업 선각가공파트 사원은 “도크가 몇 년째 비어 있어 걱정이었는데 주력 선종인 상선의 수주 계약을 곧 맺는다는 소식을 들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직 8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휴업 상태인데 수주가 안 돼 휴업 인원을 더 늘려야 할 판이었다”며 “수주가 이어져 동료들이 복직하고 도크도 북적거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옥 대표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조합원들이 외국 선주에 발주를 호소하고 국회 등에 회사살리기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낭보를 들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그는 “크레인 농성, 시신 농성 등으로 그동안 회사와 직원들의 고통이 심했다”며 “이번 수주를 계기로 회사가 조기에 정상화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노사 분쟁으로 얼룩졌던 한진중공업에 모처럼 밝은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은 2008년 9월 이후 55개월여 만에 상선 수주가 예정돼서다. 한진중공업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5곳이 발주한 15만t 규모의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9척 중 3척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6척은 성동조선해양에 4척, STX조선해양에 2척이 배정됐다. 벌크선은 척당 500억원 규모로 한진중공업은 12일 발주회사와 수주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오는 5월께 본계약을 맺는다. 내년부터 선박 제작에 들어가 2015년 말 마칠 계획이다.
영도조선소는 2008년 9월 이후 상선 수주 실적 ‘제로’로 일감 부족에 시달려 왔다. 일감 부족은 조업 단축, 정리해고, 유급 순환휴업 등으로 이어졌다. 2011년 정리해고 이후엔 크레인 농성, 시위버스 등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에 앞서 지난달 유럽선사와도 3억달러 규모의 해양지원선을 건조하기로 합의했다”며 “조만간 본계약이 체결되면 회사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선 견적이 들어오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노사 안정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속속 회사로 돌아오고 회사가 보유한 조선기술을 국내외에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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