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중인 美, 재정적자 단기간 감축 위험
고전하는 EU, 저금리 등 금융완화 겉돌아
< 3원화 : 신흥국·美·EU >
“신흥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외환위기 위험에 직면했다. 유럽의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고장수리 중이고 미국과 일본은 국가부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경제인클럽 연설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는 △고성장하는 이머징마켓 △개선 중인 미국 경제 △고전 중인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3원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각기 다른 도전과 위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3원화 경제 구도가 빚어내는 불균형 성장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는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그는 1군으로 꼽은 신흥국과 관련, “지난해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시장과 국제자금 흐름의 급변, 자산가격 상승 및 급격한 대출 확대 등이 신흥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흥국 기업들의 외화 차입은 지난 5년간 50% 늘었다. 특히 남미와 아시아 지역의 은행 여신이 지난해에만 각각 13%와 11% 증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신흥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제 자금의 갑작스러운 대량 유출입이 경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고 은행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신 한도와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 특히 외화 여신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2군’인 미국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경제에 주름을 지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너무 많은 적자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퀘스터는 국내총생산(GDP)의 0.5%를 줄여 고용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경제와 관련, “저금리 기조 등 금융완화 정책이 겉돌고 있다”며 “실물경제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은행의 부실에 발목이 잡혀 펌프(은행)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발생 이후 은행 대출은 5% 감소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본 확충과 은행 폐쇄 등 구조조정을 통한 금융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일본의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완전히 탈출하려면 추가적인 금융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GDP의 245%인 공공부채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장기 부채감축 계획이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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