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들어주기는 예사였다. 선배들은 운동화와 점퍼를 빼앗고 차비까지 강탈해 수십 차례나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집단폭행으로 안경은 열 번 넘게 깨졌고, 담배를 피우라는 ‘명령’을 어기면 담뱃불로 지짐을 당했다. 폭행사실을 알리면 집에 불을 지르고, 누나를 망쳐버리겠다는 협박이 이어지면서 고민은 깊어졌다.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아이는 결국 홀로 외로이 죽음을 결심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18년 전 학교폭력으로 열여섯 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쓴 책이다. 삼성과 신원 등 굴지의 기업에서 밤낮없이 발로 뛰며 일했던 아버지는 어느 해 6월 출장지 베이징에서 비보를 전해들었다. 반듯하고 성실해서 친구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고 인기가 좋았던 아들, 눈이 참으로 선했던 아들, 고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줬던 아들 대현이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비극을 겪은 뒤 저자는 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죗값을 치르기 위해 학교폭력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도 만들었다. 이 책은 아들을 잃고 보내야 했던 ‘칼날 위의 시간’들과 학교폭력에 맞서 싸운 시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학교폭력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고 토로한다. 학교폭력이라는 말 자체도 부인하는 사회에서 이를 예방하겠다는 한 개인의 몸짓은 너무 작고 하찮았다. 그럼에도 그는 학표폭력 관련법을 만들고 학교폭력 SOS지원단을 활성화하는 한편 교육·시민운동을 벌여왔다. 저자는 평범한 가정 그 어디에나 닥쳐올 수 있는 학교폭력의 위협을 막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대현이처럼 홀로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모든 아이들이 폭력 없는 세상에서 행복을 꿈꿀 수 있도록.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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